생명의 탄생과 환생 등 동양적 사유를 공포의 코드로 녹여낸 영화 ‘디 아이2.’ 사진제공 래핑보아
‘디 아이(The Eye) 2’는 동양적 정서에 의존하는 공포영화다.
할리우드 공포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엽기적 살인마, 잔혹한 피의 잔치, 베일 속에 가려진 살인마와 주인공의 두뇌게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생명의 탄생, 복수, 환생 등 불교 문화권에서 익숙한 사유 방식이 공포의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유부남 샘(제다폰 폴디)을 사랑하는 조이(수치·舒淇)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해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자살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녀는 뱃속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된다. 뱃속의 아이가 자라면서 그녀의 눈에는 죽은 영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이는 주변을 떠도는 영혼의 존재에 몸서리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전편인 ‘디 아이’는 2002년 국내 개봉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전국 60만 명)을 기록했으며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소유한 영화사 ‘크루즈&와그너‘사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할리우드 공포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이 작품이 버틸 수 있었던 경쟁력은 바로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나만의 공포’라는 아이디어와 동양적 접근법에 있다. ‘13일의 금요일’ ‘스크림’ 시리즈 등 곳곳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난도질형’도 아니고, ‘식스 센스’처럼 머리가 좋은 공포 영화가 아니면서도 비교적 호평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디 아이2’는 나만의 공포라는 아이디어를 빼면 등장 인물과 줄거리에서 전편과의 접점이 거의 없다. 전편에 이어 ‘첨밀밀’의 성공으로 할리우드로 진출했던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제작을, 대니 팡과 옥사이드 팡 형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편이 주인공의 눈에만 귀신이 보이는 이유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간 반면 ‘디 아이2’는 유부남과의 사랑, 임신, 남편의 외도를 알아챈 여자의 자살 등 통속적 소재를 대폭 끌어들였다. 갑작스러운 비명, 극단적 클로즈업, 난데없는 귀신의 출몰 등 ‘깜짝 공포’는 여전하지만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는 ‘공포의 절정’은 끝내 찾아오지 않는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