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이제 손 털고 한국에서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최근 1년간 엄청난 식욕을 과시하며 ‘바이 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지난달 하순 이후 돌연 ‘셀 코리아’로 나선 때문입니다. 김한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이에 대해 “지나친 우려”라고 일축합니다.
김 부회장은 “내가 알고 있는 국제 금융계 인사를 조사해본 결과 아직까지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세계를 돌아다니는 금융자본의 대부분은 미국계 자금입니다. 또 미국 투자가들은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은 회교권에 속한 나라들로서 투자대상으로는 부적합하고, 캄보디아 필리핀 등은 부실한 경제 여건상 투자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결국 남는 게 한국과 중국, 대만 정도랍니다.
그런데 대만은 중국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산업기반이 무너진 상태고, 중국은 아직까지 변동성이 큰 곳이어서 투자매력이 떨어집니다.
결국 한국이 아시아지역에서 최고의 투자처로 꼽힐 수밖에 없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것도 이런 판단의 결과라는 게 김 부회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또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것도 한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업한 씨티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의 전망을 좋게 봤다는 의미며, 이는 미국 투자가들에게 한국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좋은 판단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 부회장의 분석대로 외국인의 최근 움직임이 세계 경제 불안에 따른 일시적인 투자 변화로 끝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황재성 경제부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