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면서 마음속 깊숙이 간직할 수 있는 스승을 가진다는 것은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니다. ‘스승’을 뜻하는 대표적인 한자는 師이다. 師는 갑골문에서 Z이 빠진 모습인데, 이의 상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것을 가로로 눕히면 丘陵(구릉)의 모습이 되고, 그래서 ‘작은 언덕’을 그린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황토평원에서 丘陵은 여러 가지 특수한 기능을 해 왔다. 홍수 때 침수피해를 막아 주기도 하며, 주위에서 쳐들어오는 적을 조기에 발견하여 방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심지어는 하늘과도 통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인들은 城을 이러한 구릉에다 세웠으며, 王陵(왕릉)도 이러한 곳에다 만들었다.
都城(도성)이나 왕릉이 위치한 곳은 반드시 軍師(군사)들이 지키게 마련이다. 그래서 師에 ‘軍師’라는 뜻이 생겼으며, 옛날에는 2천5백 명의 軍隊(군대)를 師라고 했다. 금문에 들어 이러한 의미를 더 강조하기 위해 ‘사방으로 둘러치다’는 뜻의 Z을 더해 지금처럼 師가 되었다.
이후 師에는 軍師처럼 ‘많다’는 뜻이 생겼고, ‘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필유아사·여럿이 있으면 그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는 말처럼 다시 ‘스승’이라는 뜻이 나왔다.
스승을 부르는 말로 先生이 있다. 先은 갑골문에서 발(止)이 사람(人)의 앞으로 나간 모습으로부터 ‘먼저’라는 의미를 그렸다. ‘韓詩外傳(한시외전)’에서는 ‘道(도)를 아는 자를 先生이라 하는데, 그것은 먼저 깨우쳐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경험이 중시되던 고대 중국에서 ‘먼저 태어난’ 것은 풍부한 지식의 소유자이며 교육의 주체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스승을 지칭하는 말은 많다. 학문을 파헤친다는 뜻에서 學究(학구)가, 선생을 존중하여 서쪽 자리에 앉게 한다는 뜻에서 西席(서석)이, 학생과 선생의 자리를 한 키(丈) 정도 떨어지게 한다는 뜻에서 ‘函丈(함장)’이, 스승을 모범삼아야 한다는 뜻에서 ‘師範(사범)’ 등이 그러하다. 이 모두 스승을 존중하고 교육을 중시해 온 전통에서 나온 아름다운 호칭들이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