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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은퇴후 지도자 길 걷는 ‘바늘과 실’ 허재-강동희

입력 | 2004-05-16 18:14:00

올해 나란히 은퇴를 한 농구 스타 허재(오른쪽)와 강동희. 20년 가까이 친형제 처럼 지내온 이들은 다음시즌부터 코치로서 제2의 농구인생을 열어간다. 성남=김종석기자


“이제 코치도 됐으니 옷도 잘 입고 다녀야 한다. 양복 한 벌 사줄까?”(허재)

“형이 미국 가면 몹시 허전할 것 같아요.”(강동희)

20년 가까이 절친한 선후배로 지낸 그들은 친형제처럼 보였다.

‘농구 천재’ 허재(39)와 ‘코트의 마법사’ 강동희(38). 한 시대를 풍미한 농구 스타였던 그들이 최근 나란히 은퇴를 선언한 뒤 처음으로 만났다. 14일 은퇴를 발표한 강동희를 다음날인 15일 허재가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두 사람은 허재가 중앙대 3학년 때인 86년 신입생으로 들어온 강동희를 처음 만나 기아에 이르기까지 18년 동안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붙어 다니며 코트 안팎에서 각별한 애정을 나눈 사이. 보스 기질에 반항적인 허재와 착한 성격에 정이 많은 강동희는 궁합이 잘 맞았다.

2일 화려한 은퇴경기를 치른 허재는 강동희의 갑작스러운 은퇴가 못내 아쉬운 듯 “이럴 줄 알았으면 함께 은퇴식을 할 걸 그랬나 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현역 시절 최고 스타로 이름을 날린 그들이지만 장래에 대한 불안함은 어느 누구와 마찬가지였다. 허재는 “이제부터가 걱정이다. 선수 때야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었지만 앞으로 지도자가 되면 모든 걸 책임지고 알아서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2년 계획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는 허재와 달리 곧바로 LG 코치가 된 강동희도 “선수 그만두고 바로 벤치에 앉으려니 부담스러워요. 코치의 역할이 무언지 아직 확실하지도 않고요”라며 어려운 심정을 드러냈다.

허재는 그런 후배에게 “코치는 감독과 선수를 이어주는 다리야. 선수들의 어려운 점을 구석구석 파악해 두고 감독을 잘 보좌하는 게 중요하지”라고 조언했다. 허재는 또 느긋한 성격의 강동희가 염려됐던지 “3시 훈련이라면 2시반에는 코트에 나가라. 무엇보다 성실해야 한다”는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강동희는 “미국 가서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하고 돌아와요. 형이 용병과 대화할 수준이 된다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겁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인생은 지금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지도자로서도 다시 한번 정상에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새 출발을 앞둔 허재와 강동희는 희망찬 다짐을 하며 손을 마주 잡았다.

성남=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