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포장마차에서 일본식 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를 팔고 있는 에지리 유키코. 그는 한국인의 훈훈한 인정에 끌려 3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원대연기자
에지리 유키코(江尻由紀子·33·여)는 일본인이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해부터 한국에 눌러앉았다. 특별한 연고도 없지만 한국과 한국인이 좋아 서울에 머물고 있다.
그해 11월부터 그는 종로구 인사동 부근의 한 포장마차에서 아르바이트로 일본식 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를 팔고 있다. 요즘은 닭똥집 계란말이 요리는 기본이고 김치까지 담글 줄 안다.
“한국에서 오코노미야키 장사를 하고 싶었어요. 종로, 강남 등의 포장마차를 돌아다니며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죠.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어서 수없이 퇴짜를 맞았어요.”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한 포장마차에 취직했다. 매일 출근해 설거지를 도맡으며 곁눈으로 한국음식 조리법을 익혔다.
처음에는 “너희 나라에서 장사하라”고 타박하는 손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술 마시는 김에 일본어도 가르쳐달라’는 단골도 적지 않다. 그는 토요일이면 서초구 양재구청 앞에서 벼룩시장 상인으로 나선다. 자신이 일본에서 가져온 옷, 친구에게 받은 중고 화장품, 포장마차에서 쓰지 않는 그릇까지 판매한다.
그렇게 그가 한 달 동안 버는 수입은 약 80만원. 생활비로 풍족한 금액은 아니어도 그는 만족한다. 주위 사람을 배려하고 챙겨주는 한국 사람의 넉넉한 인심이 더 소중하기 때문.
“일본 사람은 맺고 끊는 게 분명하고 자신에게 손해 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반면에 한국인은 시간개념이 흐릿하긴 해도 상대방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입니다.”
그는 최근 ‘리제 기획’이라는 무역회사도 차렸다. 한국산 액세서리 가방 시계 등을 일본에 수출하는 나 홀로 기업이다. 무역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일본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있다.
“관광비자로는 3개월밖에 체류할 수 없어 5000만원을 들여 외국인 사업자 등록을 하고 6개월짜리 투자 비자를 받았어요. 자금이 부족해 이화여대 부근 옥탑방 집을 사무실 겸용으로 쓰고 있죠.”
그는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구치(川口)시 출신. 대학에서 국제비서학을 전공했고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잡지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2000년 주일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공부 모임을 만들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맺게 됐다.
에지리씨는 “내 꿈을 펼치는 공간인 서울은 이제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한정식 집을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