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민을 가긴 했지만 모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다시 왔어요.”
이민 1.5세대 또는 2세대의 젊은 미국 여성교포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돼 ‘모국 사랑’을 위해 모였다. 미국 국적자인 그레이스(이현주·李賢珠·29), 미셸(안현진·安泫鎭·29), 카렌(박경혜·朴卿惠·31)과 중학교 때 조기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온 베로니카(김미현·金美賢·29)가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국내의 한 취미클럽에서 처음 만난 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교포로서 겪는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상의하며, 한국을 도울 수 있는 ‘작은 방법’을 토론하고 있다. 자기 분야에서 한국의 문화와 경제를 외국에 홍보하고 외국의 선진기술을 도입하는 ‘민간 경제·문화사절’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
3세 때 부모를 따라 이민 간 그레이스씨는 줄리아드와 이스트만 음대를 졸업했고, 뉴욕대(NYU)에서 예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뉴욕의 종합예술기관 ‘링컨센터’에서 일하며 한국 예술이 마케팅 부족으로 홀대받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중 2003년 한국에 돌아와 유니버설발레단의 홍보마케팅회사에서 심청전을 발레에 접목한 ‘심청’을 기획하고 외국에 홍보하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셸씨는 컬럼비아대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1998년 모건스탠리에 입사해 3년간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금융통. 지금은 국내의 한 외국계 금융회사 부장으로 일하며 국내 은행들의 개인자산관리 시스템 구축을 맡고 있다. 그는 “선진 자산관리 기법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렌씨는 1991년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갔다. NYU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뒤 삼성전자 북미총괄과장을 지내고 지난해 9월 건축자재업체인 한국 라파즈석고보드에 전략마케팅 이사로 영입됐다. 베로니카씨는 1992년 미국 유학을 떠나 워싱턴DC의 코코란 미술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뒤 지난해 8월부터 국제갤러리에서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한국이 잘돼야 우리를 포함해 한국 핏줄을 가진 사람 모두가 잘되는 것 아니냐”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한국의 민간 경제·문화사절 역할을 자임하는 안현진, 박경혜, 김미현, 이현주씨(왼쪽부터)가 14일 점심시간에 서울 경복궁을 찾아 한국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김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