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꽃밭에서’의 작가인 난정 어효선(蘭丁 魚孝善·사진) 선생이 15일 오후 4시15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평소 심장병으로 치료를 받아온 고인은 산책하고 돌아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 마당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운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매동과 남산초등학교 교사, 금란여중고교 교사, 월간 ‘새소년’ 창간 주간, 교학사 이사 등 평생 교육자와 아동문학가의 길을 걸으며 350여편의 동시를 남겼다. 대표작인 ‘꽃밭에서’와 ‘과꽃’은 동시로는 이례적으로 애조(哀調)를 띠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즐겨 불러왔다.
고인은 1952년 전장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노래한 ‘꽃밭에서’를 써 당시 월간 ‘새벗’ 주간으로 있던 아동문학가 고 강소천(姜小泉) 선생을 찾아갔으나 “너무 슬프다”는 이유로 게재를 거절당했다. 그래서 이를 대신해 밝은 어조로 쓴 동시가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었다.
고인은 동요시집 ‘봄 오는 소리’ ‘인형 아기잠’ ‘아기 숟가락’ ‘고 쪼끄만 꽃씨 속에’, 동화집 ‘도깨비 나오는 집’ ‘인형의 눈물’ ‘종소리’, 수필집 ‘내가 자란 서울’ 등을 펴냈다. 그가 쓴 ‘한국 전래동요를 찾아서’와 ‘다시 쓴 한국 전래동화’는 한국아동문학사를 정리한 저술로 높이 평가된다.
고인은 이 같은 업적으로 생전에 소천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옥관문화훈장 반달동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최근까지 소천문학상 운영위원장과 김요섭 기념사업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유경환(劉庚煥) 한국아동문학교육원장은 “올해 11월 2일 선생의 팔순을 맞아 출판기념회를 열기 위해 동시작가 30명과 동요작가 15명이 작품을 쓰고 삽화를 그리던 중이었는데 이것이 추모집이 돼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정애(韓貞愛)씨와 1남 2녀가 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을 한양대에 기증하기로 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발인은 17일 오전 9시. 02-2290-9462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