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양산되고 있는 프로야구 무승부 경기를 두고 말이 많다.
원인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의 스피드 업에 집착한 나머지 올 들어 경기시간 제한규정을 더욱 강화했기 때문. KBO는 연장전은 12회로 하되 야간은 물론 주간경기까지 경기시작 4시간 이후에는 새로운 연장 이닝에 들어갈 수 없도록 대회요강을 고쳤다.
이에 따라 팀당 37경기를 치른 17일 현재 무승부 경기가 벌써 10경기나 나와 사상 유례가 없는 무승부 풍년이 예고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무승부 경기는 36경기로 종전 최고였던 16경기(95,96,2001년)의 두 배를 넘을 것같다.
문제는 무승부 경기가 늘어날수록 팬의 흥미는 반감돼 원래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 KBO는 다승제 순위결정 방식에서 각 팀이 1패나 다름없는 무승부를 피하기 위해 공격적인 야구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를 치르는 선수단의 입장은 딴판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공격적인 야구를 하기 싫은 팀이 있을 리 만무. 그러나 한 경기의 승패가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즌 막판이라면 몰라도 아직 여유가 있는 시즌 초중반에는 무리하게 모험을 걸다 지느니 차라리 무승부가 낫다는 생각에 서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경기시간이 올 들어 크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지난해 평균 3시간 13분이던 경기시간은 올해 3시간 12분으로 불과 1분이 줄었을 뿐이다. 무승부 경기가 늘어난 만큼 실제 경기시간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팬들에게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하려고 했던 경기시간 제한규정은 당초 의도는 충족시키지 못한 채 야구 보다가 중간에 나온 것 같은 찝찝한 무승부 경기만 양산한 꼴이 되고만 셈.
그렇다고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아예 무승부 규정을 없애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승부를 내라고 하기는 국내 여건에서 어려운 일. 올해는 어쩔 수 없지만 내년부터는 일본처럼 시간제한 대신 12회 이닝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