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킬빌 Vol2’ 기자회견에 앞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 우마 서먼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타란티노 감독은 이번 영화제의 심사위원장도 맡고 있다. 로이터연합
16일(현지시간) 오후 2시반, 칸 국제영화제 본부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 마련된 ‘킬 빌 Vol.2’ 기자회견장. 비경쟁 부문 상영작임에도 복수에 불타는 여전사역을 맡은 우마 서먼(34)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41)을 취재하려는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존재’로 꼽히는 서먼에게 대뜸 “실제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누구를 가장 먼저 죽이고 싶냐”는 짓궂은 질문이 던져졌다. 서먼은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내겠다”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웃었다.
이어 서먼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끔찍한’ 영화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4년 전 내 서른 번째 생일에 만난 타란티노 감독이 ‘다시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각본은 우마 당신을 위한 것’이라며 영화얘기를 시작했다. 그가 한번 강박적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거기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서먼은 “타란티노는 내게 수없이 많은 동양 무협영화를 보도록 했다. 홍콩의 리얼 액션 영화를 보면서 ‘농담이겠지. 설마 내가 저런 걸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다”면서 “평생 무거운 거라곤 들어본 적도 없는 빼빼 마른 금발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하며 웃었다.
‘킬 빌 Vol.2’에서 자신이 연기한 ‘더 브라이드’에 대해 서먼은 “치명적인 여자지만 팜므 파탈(악녀)은 아니다. 사실 그녀는 여성적이지 않으며, 캐릭터에도 허영이 없다. 그게 바로 나를 사로잡은 점”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들어온 타란티노 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우마 서먼과 다정한 포옹을 나누고는 오른 손으로 그녀의 등을 연신 쓰다듬었다. 타란티노의 옆에 앉아있던 대릴 한나(엘 드라이버 역)가 상대적으로 소외돼 보일 정도였다. 우마 서먼은 최근 두 번째 남편인 미남 배우 에단 호크와 이혼했는데, 타란티노 때문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타란티노의 영화에 나타난 폭력성은 늘 논쟁의 초점이 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기자는 타란티노에게 “죽이는 거 말고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는 언제 만들 계획인가”하고 묻자, 타란티노는 웃음을 접고 단호하게 말했다.
“난 언제나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왔다. ‘킬빌 2’도 러브 스토리다. ‘펄프 픽션’이나 ‘저수지의 개들’ 같은 영화들도 서로를 모르던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는 점에서 모두 러브 스토리다. 난 러브 스토리와 폭력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게 나의 방식이다.”
타란티노는 “나는 영화팬으로서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영화를 만들 뿐”이라며 “내가 만든 영화에 대해 나 스스로 7달러(미국의 영화관람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한다”고 덧붙였다.
칸=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