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시사회에 앞서 포즈를 취한 홍상수 감독과 주연배우 유지태 성현아 김태우(왼쪽부터). AP연합
제 57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기자회견이 17일 낮 12시 반(이하 현지시간)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렸다. 홍 감독을 비롯해 유지태 김태우 성현아 등 주연배우와 이 영화 투자사인 프랑스 배급사 MK2의 프로듀서 피에르 르시앙, 마린 카미츠가 참석했다. 홍 감독의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강원도의 힘’(1998년)과 ‘오! 수정’(200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다음은 홍 감독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영화의 제목이 어떤 영감을 주게 됐나.
“제목은 파리의 한 책방에서 본 우편엽서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내 영화의 제목은 불교의 화두와 비슷해서, 멍하게 사람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두 남자의 기억이 과거의 여자인 선화를 현재로 불러들인 셈이다.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문호가 선화가 사라진 것을 보고 ‘그녀가 어디로 갔을까’ 물음을 던지는 장면은 과거의 선화가 다시 미래로 연결된 느낌이었다.”
―영화 속에서 남녀간 지배-피지배 관계가 발견된다. 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나.
“현실 속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지배할 수도, 남자가 여자를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가 내가 갖고 있는 생각 때문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내 관심사는 사람들이 너무 위험하지만 상투적이고 익숙하게 생각하는 감정의 조각들을 조금씩 고치고 왜곡시킴으로써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데 있다.”
-촬영 당일 아침에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거나 또 실제로 술을 먹고 연기를 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 효과를 위해서인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마다 최선을 뽑아내는 길이 다르다. 책상 앞에서 모든 것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현장에서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느낀 점들을 섞음으로써 최선을 얻어낸다.”
16일 오후 7시 반 ‘살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 ‘여자는…’의 첫 기자시사회는 1000석의 좌석을 가득 메운 채 진행돼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참석자들은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감독의 의도와 주제를 알기 어렵다”는 냉담한 반응도 적지 않았다.
칸=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