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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41세 랜디 존슨 100년 묵은 기록 깼다

입력 | 2004-05-19 18:06:00


불혹을 넘긴 나이에 100년 넘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썼다.

‘빅 유닛’ 랜디 존슨(4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19일 터너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2점 앞선 9회말 2사까지 단 1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대타 에디 페레스와의 마지막 승부.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2볼에서 시속 157km의 강속구가 뿜어져 나왔고, 페레스의 방망이는 힘없이 허공을 갈랐다. 스트라이크 아웃.

“랜디, 랜디, 랜디”를 연호하는 2만3000여 관중의 기립박수 속에 존슨은 주먹을 추켜올리며 글러브를 공중으로 힘껏 던졌다.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퍼펙트게임의 대기록을 작성하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빅유닛’ 랜디 존슨, 최고령 퍼펙트게임 달성

존슨은 9이닝 동안 27타자를 맞아 안타와 볼넷은 물론 단 한 차례의 1루 진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으로 대기록을 세웠다.

그것도 보통 기록이 아니었다. 1904년 전설적인 투수 사이 영이 세운 최고령 퍼펙트 기록(37세)을 무려 한 세기 만에 갈아 치운 것.

1999년 뉴욕 양키스 데이비드 콘 이후 5년 만이자 역대 17번째 퍼펙트게임. 1900년 이후 15번째.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인 1990년 디트로이트전에서 한 차례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던 존슨에게는 생애 최고의 경험이었다.

국내에선 아직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투수가 없고 무안타 무득점의 노히트노런게임만 10차례 나왔다.

이날 존슨은 투구 수 117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무려 87개나 꽂았다. 삼진은 상대한 타자 수의 절반 가까운 13개나 뽑아냈다. 땅볼과 뜬공은 각각 7개.

존슨은 2회말 조니 에스트라다에게 유일하게 3볼을 허용한 뒤 11구째에 삼진으로 잡으며 첫 번째 위기를 넘겼고, 6회말 마이크 햄튼에게는 유격수 앞 깊숙한 땅볼로 내야 안타를 내주는 듯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아웃으로 잡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9회말에는 선두 타자를 내야 땅볼로 처리한 뒤 연속 삼진으로 2시간13분의 퍼펙트 드라마를 끝냈다.

존슨은 “이런 경기는 매우 특별하다. 마흔 살 치고는 훌륭하지 않았는가. 모든 게 완벽했다”며 기뻐했다. 애리조나가 2-0으로 승리.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