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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철용/주택시장 악순환 막으려면…

입력 | 2004-05-20 18:01:00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시범지구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두고 말이 많다.

건설업체들은 평당 700만원 이상을 고려 중이나 시민단체들은 500만원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동탄에 눌러 살겠다’는 실수요자가 싼 값에 집을 장만할 수 있다. 반면 건설업체들의 이윤은 줄어든다.

“업체들은 높은 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서민들은 아파트 값이 너무 높아 내 집 마련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것이 여론이다. 그 배경으로 ‘분양가 상승→아파트 가격 상승→또다시 분양가 인상’의 악순환이 지목된다. 이를 ‘분양가 인하→아파트 가격 하락→또다시 분양가 하락’의 선순환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분양가 상승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낳는다고 해서 분양가 인하가 반드시 아파트 가격 하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분양가를 내려도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가 살아있다면 아파트 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분양가가 저절로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업체들은 지금까지 부동산 불황기에도 수익 보전 등을 이유로 분양가를 올려 왔다.

버블 심리가 살아있고, 건설업체가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르니, 지금 최대한 챙겨 두자’는 식으로 나오는 한 악순환은 계속된다.

버블 심리의 배경은 400조원가량의 부동자금이다. ‘일단 챙기자’ 심리의 이면에 있는 것은 건설업체들의 영세성이요, 이를 키워온 것이 과거 주택공급제도다.

시장 여건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분양가 인하는 운 좋은 당첨자의 시세차익(기존 아파트 시세―분양가)을 키워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주택공급제도 검토위원회는 20일 ‘실효성이 적다’는 이유로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위와 같은 배경을 짚어본 뒤 내린 고뇌어린 용단인지, 건설업체 살리기 차원인지를 먼저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