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쿵” 발소리를 내며 1루와 2루를 돌더니 3루마저 쏜살같이 지나쳤다. 곧바로 눈앞에 홈 플레이트가 들어왔고 1m95, 115kg의 거구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내가 빨랐다고 시위하듯 양팔을 옆으로 벌리며 심판을 쳐다봤다.
“세이프.” 주심의 판정이 나오자 그의 얼굴에 비로소 환한 미소가 번졌다. ‘빅초이’ 최희섭(플로리다 말린스)이 올 시즌 10호 홈런을 발로 뽑아내는 순간이었다.
최희섭은 20일 프로플레이어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게임에서 2회 장내(inside the park)홈런을 터뜨렸다. 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19일 15경기 43타수(50타석) 만에 맛본 짜릿한 홈런. 마이너리그 시절인 1999년 싱글A 휴스턴전에서 한 차례 장내홈런을 친 적이 있는 최희섭은 빅리그에선 첫 경험. 메이저리그 시즌 두 번째 장내홈런이다.
▼마니아칼럼▼
- 박찬호의 '이유있는' 패배
박찬호 2004시즌
이날 3타수 1안타를 때린 최희섭의 시즌 타율은 0.238. 홈런이 2001년 2개, 지난해 8개였던 그는 빅리그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며 통산 20호를 달성하며 거포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즌 홈런 랭킹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근 부진으로 7번타자까지 밀려난 전날 2루타를 쳐내며 부활을 알린 최희섭은 이날 6번타자로 출전해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뒤 4회 2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3볼에서 상대 선발 팀 레딩의 7구째 시속 146km짜리 바깥쪽 흐르는 투심패스트볼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직선으로 뻗어 가운데 담장 모서리부분을 때린 뒤 펜스를 따라 오른쪽으로 굴렀다. 상대 외야진이 공을 쫓아 허둥거리는 사이 최희섭은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스피드로 질풍처럼 다이아몬드를 돌았고 포수의 태그를 피해 한 발을 쭉 뻗는 슬라이딩으로 홈을 통과했다. 이 경기에서 플로리다는 2-10으로 완패.
선발 제외와 방출설이 나돌고 있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게임에 선발 등판해 시즌 3승에 도전했지만 고질인 ‘홈런병’에 시달리며 4패째를 당했다. 6과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을 3개나 내주는 등 4안타 4볼넷, 몸에 맞는 공 3개로 5실점했다. 평균 자책은 5.80. 올 시즌 8경기에서 홈런 13개를 허용해 아메리칸리그 피홈런 부문 공동 1위.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게임에서 3과 3분의 1이닝 동안 4안타 3볼넷 3삼진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2패(2승)를 기록하며 평균자책 3.65. 3회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김선우는 4회 들어 갑작스러운 폭우로 제구력이 흔들리더니 급격하게 무너졌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