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신나라뮤직
베이스 기타리스트 김영진(49·사진)이 록과 산조(散調)의 결합을 시도한 무반주 록 산조 음반 ‘영천대음(英天大音)’을 냈다.
김영진은 ‘신중현과 뮤직파워’ ‘들국화’ ‘신촌블루스’에서 활동해온 뮤지션. 최근에는 신중현과 함께 록 공연을 계속 펼쳐왔다. 산조는 민속음악 중 기악 독주곡의 하나로 가야금 대금 피리의 산조가 연주되고 있다.
“산조는 고요의 파동입니다. 자연에 가까운 소리이기도 합니다. 새소리를 듣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응시하면서 산조를 들어보면, 그 소리의 매력을 알 수 있습니다.”
김영진은 30여 년 전부터 산조를 연구해왔다. 김수철과 밴드 활동을 할 때부터 국악에 매료됐고, 국악과 베이스기타의 접목을 시도해왔다.
특히 그는 이번에 베이스기타의 일종인 ‘깁슨 프렛리스 베이스’라는 악기로 녹음해 산조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려냈다. 김영진은 “이 악기는 50년대에 제작된 명기로 1억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영천대음’은 ‘덕’ ‘인’ ‘효’ ‘생’ ‘여름이 가는 바닷가’ 등 7곡을 수록했다. 수록곡들은 베이스의 느릿한 전개로 단조로움을 주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록 산조의 깊은 울림으로 듣는 이의 공명을 자아낸다.
김영진은 1998년 ‘들꽃’이란 이름으로 음반을 냈으며 2002년 전주 공연에서 록 산조를 선보였다. 2002년 신중현의 베를린 공연 때는 밴드의 일원으로 참가해 산조 스타일의 연주로 현지의 호평을 얻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여러 반응을 통해 록 산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일본 평론가들은 록 산조의 세계화 가능성도 말해주었어요. 이젠 내 음악 세계가 너무 뚜렷해져 다른 가수의 밴드에는 참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