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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 신도 병역거부 무죄 판결

입력 | 2004-05-21 19:18:00


《법원이 21일 국민의 의무인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에 대해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국가안보와 배치되는 양심의 자유는 사법기관이 제한할 수 있다”는 그동안의 판례와 달리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론은 △헌법 위배 여부 △평등권 침해 여부 △대체복무제 적용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 왔다. 찬성론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헌법상 국방의 의무와 국민개병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논란의 요체=이번 무죄 판결에 따른 논란의 핵심은 종교적 신념을 포함한 양심의 자유가 입영 거부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느냐는 것.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헌법 19조와 20조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 (Poll)

하지만 이번 판결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양심을 빙자해 병역을 기피하는 자’를 구분하는 기준과 관련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무죄 판결을 내린 이정렬(李政烈) 판사 역시 최근 우리법연구회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 핵심은 병역 기피자 중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병역 거부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병역 소집을 거부하겠다고 결정한 시기와 동기는 물론 신앙생활을 증명하는 자료에서부터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까지 면밀히 분석했다.

▽찬반 논란=이번 판결에 대해 2001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재직시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한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렸던 박시환(朴時煥)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기피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법원의 고민이 반영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통 받는 당사자들과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국방부 등 양측의 입장이 모두 반영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가 조속히 도입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재판연구관 출신의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신성한 병역 의무와 국가 안보를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병역 거부자의 양심에 대한 존중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앞으로 국민들의 안보의식 및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해 상당히 우려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찬반 논란 역시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류희상씨(27)는 “국가가 이들을 모두 전과자로 만들기보다는 군 복무에 상응하는 적절한 기간과 강도의 대체복무 등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투명한 기준과 운영을 통해 대체복무제를 시행한다면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 직원 임용성씨(29)는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법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잣대로 적용돼야 하며 이들은 종교적 신념 이전에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무 당국의 입장=병무청은 집총(執銃) 거부 등 이들의 요구는 사실상 병역을 면제해 달라는 것이어서 어떤 경우에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무죄 선고를 받은 3명에 대해 재입영을 통지하고, 입영을 거부할 경우 재고발키로 했다.

병무청 박경규(朴京圭) 충원국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개병주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이들이 요구하는 대체복무제도도 줄어들고 있는 병역자원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국선 軍기간보다 긴 ‘대체복무제’ 실시▼

▽외국의 사례=징병제가 실시되고 있는 80여개 국가 중 사회봉사를 통한 대체복무제를 헌법 또는 법률로 허용하는 국가는 독일 러시아 쿠바 대만 덴마크 등 30여개국.

1961년 대체복무가 도입된 독일의 경우 현역복무는 9개월인 데 비해 대체복무는 10개월 동안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거나 산림공익요원 등 개발봉사, 재난구호활동 등을 한다. 민간봉사제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민간봉사기간이 군복무기간보다 길며 2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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