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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 알면 이긴다]암 병동 24시, 희망을 찾다

입력 | 2004-05-23 17:31:00

신촌세브란스병원 암센터 56병동에서 투병 중인 한 암 환자가 운동을 위해 병동 복도를 걷고 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삶에 대한 희망이요, 투지이다.사진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암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암은 곧 죽음으로 생각될 만큼 무서운 병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암은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일 뿐이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87.8%가 완치된다. 동아일보사는 연세암센터와 공동기획으로 ‘암, 알면 이긴다’ 시리즈를 통해 암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17일 오후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암센터 56병동. 이곳은 수술을 위해 대기 중인 환자,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치료받는 환자로 북적거린다. 56병동엔 모두 60여명의 암 환자가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암을 이기기 위한 이들의 작은 희망을 찾아봤다.

조기 위암으로 수술을 앞둔 김분자씨(58·여·경북 포항시 북구 덕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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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암을 일찍 발견한 것은 감기 때문. 한 달 전 김씨는 기침을 심하게 했다. 같이 살고 있는 외손자 외손녀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빨리 받았다. 이때 의사가 권유해 위내시경도 같이 받은 것. 평소 속병이 없던 김씨는 위암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암이 몸 안에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무섭고 불안한지 몰라요. 보름 동안을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어요.”

병원에 입원하자 주위에 위암 환자가 의외로 많았다. 동병상련일까?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위암 환자로부터 수술 받는 것이 오히려 부럽다는 말도 들었다.

“스트레스가 위에 그렇게 안 좋다죠.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을 다 떨쳐 내고 암과 당당하게 싸우겠습니다.” 식도암으로 투병 중인 이병수씨(62·사업가·대구 수성구). 김씨보다는 암이 좀 더 진행돼 수술보다 방사선과 항암제로 치료받고 있다.

이씨는 “평소 장이 안 좋아 매년 2번씩 위와 장 내시경을 받았다”며 “덕분에 암이 발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암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암을 고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생활하고 있거든요.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던 담배도 확실하게 끊었죠.”

이씨를 간호하던 아내는 “이 양반 이제야 정신 차렸어. 술 담배를 그렇게 하더니만”이라고 쏘았다. 이씨는 그러는 아내가 고맙기만 하다. 병동에서 걷기 운동을 할 때 옆에서 말벗이 되어 줄 뿐만 아니라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뒤 몸이 힘들 때 용기도 준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입안이 심하게 헐어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삼켜요. 그래도 암을 없애는 것인데 이 정도는 견뎌내야죠.”

말기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조혜숙씨(57·서울 금천구 시흥동). 조씨는 아직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한다. 딸 권순복씨(24)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

동네 교회 장로인 조씨는 2월에 말기 유방암으로 판정받았다. 오른쪽 유방에 생긴 탁구공 크기의 암뿐만 아니라 목 간 등 전신에 암이 전이됐다. 입원할 당시 키 154cm에 몸무게는 30kg에 불과했다. 딸 권씨는 두 달 전만 해도 주위 사람들에게서 어머니가 곧 죽을 거라는 말을 자주 들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조씨는 죽음에 대해 담담했다.

대신 조씨는 하루에도 수백 번 ‘당신 뜻대로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 기도가 끝나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최근엔 살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밥도 열심히 챙겨 먹는다. 살도 쪄 체중이 43kg으로 늘었다. 기력이 많이 회복된 것이다. 누워만 있어서인지 허리와 무릎이 아플 때가 많다. 그때마다 권씨가 그 부위를 주물러주고 진통제도 먹여주고 파스도 발라준다. 딸의 정성이 갸륵하다. 조씨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얼른 일어나야겠다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발생빈도 위암-폐암-간암順▼

한 해 동안 암의 발생건수는 얼마나 될까.

한국중앙암등록사업본부에 따르면 2002년 한 해 동안 악성종양의 발생은 9만9025건. 이는 2001년에 비해 8.4%나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암의 증가도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 원인에서 암은 1위를 달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1년 사망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507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123.5명이다.

이는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73.8명)이나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34.2명),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23.8명)에 비해 크게 앞서는 것.

암의 발생빈도를 장기별로 보면 위암이 가장 많고 다음이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순이다. 그러나 사망빈도의 경우 폐암, 위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순으로 높다. 폐암과 췌장암은 발생빈도에 비해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이는 조기진단과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암등록사업본부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은 41.4%로 미국의 62.1%보다 낮으며 일본의 41.2%와 비슷하다. 미국인의 5년 이상 생존율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것은 치료가 잘 되는 전립샘암과 유방암의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의 5년 이상 생존율은 각각 43.9%, 10.5%, 76.4%로 미국인의 22.6%, 5.5%, 67.3%에 비해 높다. 이 분야에서 한국의 치료성적이 더 좋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