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상공회의소 윌리엄 오벌린 회장은 1주일에 5회 이상은 반드시 운동을 한다. 오벌린 회장이 휘트니스 클럽에서 헬스기기를 이용해 운동을 하고 있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인 윌리엄 오벌린(60·보잉코리아 사장)은 기업생활 30년 중 17년을 한국에서 근무한 ‘한국통’이다. 부인 역시 한국인이다. 오벌린 회장은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얼마 전 그가 체중을 10kg이나 줄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180cm의 키에 78.5kg…. 17세 때의 몸무게로 돌아가 더없이 좋다는 그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 탄수화물을 줄여라
운동으로 체중관리를 했었다. 그러다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평소 즐기던 라켓볼도 힘들어졌다. 운동 파트너까지 사라졌다. 그렇잖아도 몸이 무거웠는데 이참에?
3월 초 다이어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기본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그의 식단을 보자. 계란 베이컨 소시지는 먹지만 밀가루나 설탕, 가공식품은 먹지 않는다. 채소는 즐기지만 과일은 당도가 높아 꺼린다. 운동은 반드시 병행한다. 매주 5회 이상 헬스클럽의 트레드밀을 이용해 달리기를 한다.
처음 2주 만에 5kg이 빠졌다. 그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가장 큰 장점이 초기에 효과가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속적이지 못하면 바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요요현상도 잘 생긴단다.
“다이어트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우선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수가 크게 줄었죠. 가장 좋아했던 수제비도 멀리 했어요.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살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지루한 날의 연속이었죠.”
그래도 꾸준히 한 덕에 이후 8주간 5kg을 추가로 뺐다. 지금은 더 이상 체중을 줄이지 않고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량도 약간씩 늘리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선풍적 인기다. 며칠 전 한 도넛 회사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단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인기 때문에 도넛 매출이 떨어졌는데 이를 예측하지 못한 경영진에 책임을 물은 거란다. 열풍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한국 식단에 ‘오벌린 다이어트’를 적용한다면?
“밥을 줄이고 미역국 두부 된장찌개 두부김치를 드세요. 음식이 짜면 밥을 많이 먹게 되니까 싱거운 게 좋겠죠.”
○ 건강철학을 가져라
25년 전 그가 미 공군 장교로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성공의 법칙’이란 주제로 퇴역 장성의 강연이 있었다.
“그 분이 가장 강조한 것은 건강이었습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건강을 챙기라’는 메시지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건강한 사람은 사회적으로도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건강하면 기분이 좋고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에너지가 왕성해 업무처리능력도 좋아진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의 ‘몸짱’ 열풍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국에는 다이어트를 해야 할 사람들이 많죠. 그런데도 다이어트를 안 해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 같습니다. 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몰두하고 있어요.”
이어 그는 다이어트를 하려는 한국인들에게 조금 더 냉정할 것을 권했다.
“먼저 자신의 건강 상태를 꼼꼼하게 돌아보세요. 항상 체크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그리고 가능하면 의사에게서 조언을 받아야 합니다. 무턱대고 하는 다이어트는 옳지 않습니다.”
운동을 할 때도 규칙이 있다. 우선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해도 TV를 보면서 여유 있게 한다. 거리를 달린다면 코스를 바꿔가면서 지루함을 없애도록 한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그는 평소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한다. 만약 오찬 미팅이 있다면? 미팅이 끝나자마자 헬스클럽으로 직행한단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잡곡밥 가까이하면 한국인도 가능▼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세포들이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인에게도 효과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탄수화물이 많은 밥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비판론자들은 초기에 성공할지 몰라도 지속적으로 유지가 어렵다고 말한다.
성균관대 강북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그러나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무조건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약간의 변형을 가하면 충분히 국내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탄수화물 중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제된 밀가루나 흰 쌀을 줄이고 잡곡밥이나 현미밥, 통밀 빵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영양학자들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60∼65%로 권한다. 그러나 박 교수는 50∼55%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 대신 단백질과 지방 섭취를 늘린다. 지방은 포화지방을 줄이고 올리브유나 들기름, 생선기름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것이 좋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장점은 무엇보다 초기에 체중감량이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이 심하거나 급격하게 체중을 줄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없지 않다. 지나치게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면 지방을 연소하는 과정에서 케톤이란 물질이 생겨 속이 메슥거리고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입에서 아세톤 냄새가 나기도 한다. 탈수현상도 생길 수 있다. 박 교수는 “건강하게 식사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 체중도 자연스럽게 빠진다.”고 조언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