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공직자들은 요즘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개각 뉴스에 귀 기울이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말기인 2002년 초부터 2년 넘게 장관을 지낸 정세현(丁世鉉) 장관의 후임으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의원이 경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당인 열린우리당의 대표급 장관이 부임할 경우 적극적인 남북관계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 한 당국자는 사석에서 “일요일 근무가 좀 늘겠다”며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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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일부 장관이 너무 ‘커리어(career) 관리’ 차원에서 거론된다”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는 직원들도 있다. “통일부가 정치인들 광(光) 내는 자리냐”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
정 장관 자신은 별다른 코멘트는 하지 않았지만 농담조로 “통일부가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며 웃은 적은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 장관은 이달 4∼7일 평야에서 열린 14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장관교체설로 난처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북측 인사들이 비공식 접촉에서 “바뀌긴 바뀌는 거냐”고 거듭 물었고 통일부 실무자가 이를 정 장관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통일부 당국자들은 언론에 대해 “확정되지도 않은 풍문을 보도해서 고생하는 장관을 불편하게 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통일부가 우려하는 것은 차기 장관으로 거명되는 정치인 2명이 모두 북한 문제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협력 의지만으로는 북한 문제를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능한 외교관 출신이었던 홍순영(洪淳瑛) 전 장관은 취임 초 “전 세계를 상대로 협상했다. 걱정말라”고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막상 북한과 협상을 해 본 뒤엔 “북한과 협상해 보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며 고개를 흔든 바 있다.
정 의원이 낙점 받을 경우에는 첫 ‘출입기자 출신 장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 의원은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사망한 1994년 당시 MBC 기자로 통일부를 출입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