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첫 무죄 판결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대체복무제 입법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체복무 입법 움직임=환경운동연합, 평화인권연대 등 36개 시민단체들이 모인 ‘양심적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는 23일 “다음 달 17대 국회 개원에 맞춰 국회의원들에게 대체복무제 입법 청원 활동을 벌이는 한편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체복무제 입법을 위한 활동 방향 등을 밝히면서 곧바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최정민씨(34)는 “이번 무죄 판결로 대체복무제 입법 운동이 큰 탄력을 받았다”면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이 법안에 우호적인 인물이 많아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법을 만들 좋은 기회”라고 내다봤다.
연대회의는 대체복무제를 4년째 시행하고 있는 대만을 방문하고 토론회를 여는 한편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가질 계획이다.
연대회의 입법연구단에서 활동 중인 이재승(李在承) 국민대 법대 교수는 “병역법의 복무영역에 군사 훈련을 배제하는 ‘대체복무요원’이란 영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 복무기간의 1.5배에 해당하는 3년가량으로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역 거부자에게 지뢰제거 작업시켜야”=네티즌들은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뜨거운 찬반 논란을 벌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대체복무 연한과 직종 등에 대한 토론도 이뤄지고 있다.
한 네티즌(ID osj8926)은 “(병역 거부자를) 현역(복무기간)의 3배인 6년 동안 소방관, 쓰레기청소원, 위험물 해체반, 하수도처리반 등 국민에게 충분히 봉사할 수 있는 직종에서 근무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면 바로 현역 입영하도록 하거나 구속하자”고 주장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대체복무 수단으로 한반도 지뢰제거 작업을 시켜야 한다. 이는 진정 평화를 원하는 자에게 맞는 직분”이라는 주장이 뜨기도 했다.
‘여호와의 증인이 돼 병역 면제를 받는 법’ ‘이라크로 보내 쓰레기를 줍게 하자’ 등 냉소적인 비난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병역 거부에 대한 보복 차원의 글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고 “이 기회에 비효율적인 징병제를 모병제로 대체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