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음악종가’ 독일 피아노계의 자존심으로 떠오른 세버린 폰 에카르트슈타인. 그는 당시 3위 판정을 받고 수상을 거부한 임동혁과 1주일 간격으로 올해 초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데뷔 연주회를 갖는 등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크레디아
‘임동혁이 인정한 라이벌’ 피아니스트 세버린 폰 에카르트슈타인(26)이 내한한다. 독일이 자랑하는 차세대 피아노 주역인 에카르트슈타인은 6월13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14번 ‘월광’, 라벨 ‘밤의 가스파르’,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피아노 편곡 판 등 세 곡을 들고 한국 음악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에카르트슈타인은 지난해 6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3등상 수상을 거부했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등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임동혁은 “1차 예선부터 내가 아니면 에카르트슈타인이 1등상을 수상할 것으로 줄곧 생각했다. 문제는 2등을 수상한 셴웬유(중국)의 실력이 터무니없었다는 점이다”라고 수상거부 이유를 밝혔다.
에카르트슈타인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전에도 뮌헨 ARD콩쿠르 2위, 리즈 콩쿠르 3위, 호세 이투르비 콩쿠르 2위 등 화려한 콩쿠르 입상경력을 자랑해왔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후 한층 바빠진 그는 함부르크, 뮌헨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등 주요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돼 왔다.
그러나 음반으로 살펴본 ‘스타성’은 그가 임동혁에 비해 몇 발짝 뒤진 편. 임동혁이 세계 최대 규모의 음반레이블 EMI에서 두 장의 음반을 내놓은 데 비해 에카르트슈타인은 상대적으로 작은 음반사인 MDG에서 데뷔음반을 내놓았으며 현재 두 번째 음반을 준비 중이다. 음반을 통해 들어본 그의 연주는 임동혁에게서 듣는 강렬한 개성과 자유로운 해석에 비해 ‘모범생 스타일’에 가깝다. 지적이고 정교한 연주를 펼치면서 악보를 최대한 존중하는 성격이 두드러진다.
에카르트슈타인은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임동혁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포기에 대해 “충분히 그 실망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등도 사실 큰 영예다. 또 연주자의 성공 여부와 입상 순위는 별개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임동혁의 연주에 대해서는 “잘 들어보지 못했다”며 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같은 스승인 칼 하인츠 켐멀링 아래서 수학한 셴웬유에 대해서는 “아직 자기 자신의 고유한 인상을 드러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 임동혁이 문제를 제기했던 ‘개성의 결여’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보듯 그가 주력하는 레퍼토리는 베토벤과 프로코피예프. 그는 “감성적으로는 베토벤과 낭만주의 작품이 더 잘 맞다”며 “표현영역을 넓히기 위해 의식적으로 현대음악을 레퍼토리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3만∼4만원. 02-751-9606∼1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