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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주연 전지현

입력 | 2004-05-24 17:56:00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 전지현이 열혈경찰 경진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발랄했지만 영화와 세상을 보는 눈은 더욱 깊어진 것 같다. 원대연기자


《‘그녀’는 이제 스물 하고 넷입니다. ‘겨우’ 하고 ‘벌써’의 차이는 무얼까요? 어쨌든 그녀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습니다.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이후 그녀는 ‘한류(韓流)’의 주역이자 중화(中華)권과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우상이 됐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은 그녀를 알기 위해 3개월간 쫓아다녔고, 일본 홍콩의 신문들도 특집으로 다뤘습니다. 섹시하면서도 청순하고, 엽기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정말 ‘못 말리는’ 그녀입니다. 29일 홍콩에서 열리는 영화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의 아시아 프리미어(특별시사회)에 참석하러 떠나는 그녀, 전지현을 소개합니다.》

○그녀

긴 생머리에 허리선이 확 드러나는 골반 바지. 아,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CF의 화면처럼 춤을 추듯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출연한 공포영화 ‘4인용 식탁’의 여운인지, 아니면 몇 년간의 공백 때문인지 이내 달라진 그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이? 20대는 얼마든지 근사하게 ‘포장’할 수 있고, 뭐든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 여배우라는 입장에서 20대는 큰 ‘무기’라고 생각해. 나이를 먹어간다기보다 ‘재산’이 쌓여가는 느낌이야.”

○경진

영화 ‘여친소’(6월3일 개봉) 때문에 그녀가 변한 걸까요?

“‘엽기적인…’에서는 그냥 ‘그녀’였지만 ‘여친소’에서는 이름(경진)과 직업(경찰)이 생겼잖아. 같은 감독님(곽재용)에다 내가 또 출연하니까 얼마나 다르겠느냐는 선입견 때문에 고민이야. 하지만 경진은 ‘그녀’처럼 물불을 안 가리긴 하지만 더 감성적이야. 난 배우들의 눈빛이 스크린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목표를 갖는다고 생각해. 경진의 눈빛으로 살았던 만큼 팬들도 다르게 받아들일 거라고 믿어.”

그럼에도 ‘여친소’ 출연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눈치입니다.

“1년 전 쯤 편안한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다 누군가 ‘이런 소재가 있는 데 너랑 곽 감독이 다시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하면서 일이 시작됐지. 정말 ‘한류’의 열기를 영화산업으로 연결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

○한류

한류, 중화권 여성들의 새로운 아이콘. 그녀에게 갑작스러운 인기와 기대가 힘들지 않았을까요?

“나를 보면서 ‘인간의 본질’을 느껴. 사람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하고 싶었는데 그걸 이룬 뒤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거야. 계속 배가 고파.”

그녀가 유난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끊임없는 변화를 위한 갈증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촬영 끝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1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왔어. 여행을 하면서 언어의 어려움은 물론 스타라는 껍질이 사라졌을 때 자연인 ‘나’의 초라함을 느꼈지. 이번 프리미어 때는 영어로 무대 인사를 하고 그쪽 사람들과 교감도 하고 싶어.”

○연애

연애,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촬영 기간 6개월이 내 최고의 ‘연애시절’이었어. 극중 ‘여친소’의 상대역인 명우(장혁)가 현실 속의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면 그는 곽 감독님 같은 사람일 것 같아. 나를 나보다 더 잘 알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그녀의 말은 좀 심합니다.

“만약 경진이 사랑 받는다면 그건 감독님 배려 속에 날갯짓을 마음껏 했기 때문일 거야. 어느 날 감독님이 ‘나는 너를 표현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 같다’라고 했어. ‘에이, 뭐예요’라며 웃었지만 진심이라는 걸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 프랑수아 트뢰포 감독-장 피에르 레오처럼, 평생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면서 인생을 알아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곽 감독은 그녀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피아노 신을 새로 만들었답니다. 그녀는 ‘딴딴 딴딴딴 다다라 라∼’ 하면서 영화에 등장한다는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 ‘짐노페디’를 입으로 연주했습니다. 그러면서 “툭툭 마음을 건드리다 의도하지 않게 내 안의 어딘가에 있는 듯한 슬픔을 깨우쳐 주던, ‘굿바이 레닌’ 같은 영화작업도 함께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영화 밖 그녀의 생활도 엽기적일까요?

“소주 맛, 맥주 맛은 아는 데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 난, 엽기도 공주도 아니지. 어제 집에 들어가서 한 일은 뭉치와 하늘이, 강아지들 ‘쉬’한 것 치운 거야.”

‘엽기적인…’의 견우(차태현)도, ‘여친소’의 명우도 아니면서 여자 친구를 소개해서 ‘그들’에게 괜히 미안합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