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국인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일을 우연히 TV에서 보았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문화가 어떤 모습인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한 외국인은 한국인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 어머니의 ‘극성스러운 친절’에 오히려 황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친구 어머니가 김치를 손으로 찢어 밥그릇에 손수 올려줬다는 것. 게다가 친구 어머니가 식사를 더 하라고 강권해서 이를 정중하게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지적이었다.
한 외국인 신혼 주부는 한국인들의 참견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동네를 지나다 마주치는 주민들은 “왜 아이가 아직 없느냐”, “남편이 잘 해주느냐”는 등 지극히 사적인 질문을 해와 답변하기 민망했다고 꼬집었다. 친구와 찜질방을 찾은 어느 외국인은 안에서 쉬고 있는데 처음 보는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금발머리가 참 예쁘다”며 “만져 봐도 괜찮지요”라고 묻고는 주저 없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통에 매우 불쾌했다고 했다. 그 뒤로는 한국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말만 걸어도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란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호감 표현은 때로는 도를 넘는 무례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친근감에서 우러나온 말과 행동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고 불쾌하게 생각한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인 특유의 정감 표현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생활양식을 외국인들에게 권유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호감을 표현하는 데에도 절제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논어의 ‘선진’편을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지나친 친근감의 표시가 불쾌감으로 기억되게 해서야 되겠는가. 이제는 ‘절제된 친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김완진 회사원·서울 강남구 일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