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담뱃값 인상, 빈곤층 부담 늘린다”

입력 | 2004-05-25 12:23:00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저하’에는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대신‘서민과 빈민들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 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담뱃값을 1갑당 평균 500원씩 올리기로 하고, 오는 6월 국회에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가 내세운 담뱃값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것.

올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58%. 정부는 담배값을 500원 올릴 경우 흡연율이 1.7~3.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 한종수 사무총장은 “담뱃값이 인상되면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지 모르지만 흡연자의 수나 흡연횟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총장은 “가령 하루에 두 갑을 피던 흡연자가 담뱃값 인상으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게 되면 양을 한 갑으로 줄이더라도 한 개비를 두 번에 나눠 피는 식으로 흡연횟수는 유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는 지난해 국립암센터에서 열렸던 ‘건감증진 및 금연 심포지엄’에서 94년 담배소비세 인상시 흡연율이 그 해는 일시적으로 8.1%가 감소했으나 95년 3.2%, 96년엔 4.5%가 증가해 완전 복구됐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한 총장은 “정부는 담뱃값이 크게 오르면 극빈층은 담배 살 돈이 없어 금연을 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그들이 가장 손쉬운 스트레스 해소책인 담배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3일 담배산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생필품을 제쳐놓고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사는데 돈을 쓰는 빈곤층이라고 경고해 한 총장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WHO는 세계금연의 날(5월31일)을 맞아 내놓은 ‘악순환’이라는 보고서에서 빈곤층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며 13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흡연 인구 중 84%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선진국에서도 담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계층은 빈곤층으로 그들이 흡연에 따른 경제, 건강 상의 부담 대부분을 짊어지고 있다고 WHO는 지적했다.

WHO의 지적이 우리나라 경우에도 맞는다고 가정할 경우 담배값 인상으로 마련될 ‘건강증진기금과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재원’의 대부분은 ‘가난한 흡연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되는 셈.

한편 정부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을 30%까지 떨어뜨린다는 목표 아래 장기적으론 담배 한 갑에 5000원까지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전 세계적으로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다양한 금연홍보 활동 등 기존의 금연정책과 병행하면 흡연율을 대폭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