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병무청이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다니는 직장에 ‘병역기피자이니 즉시 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金昌國)는 25일 “부산에 사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박모씨(23)가 18일 ‘부산지방병무청이 12일 자신을 해직 처리하라는 공문을 직장으로 보내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요지의 진정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박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2002년 7월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보석을 허가해 박씨는 9월에 출소했고 현재 최종 선고는 연기된 상태이다.
하지만 부산병무청은 지난해 12월부터 박씨가 다니고 있는 모 중소기업체에 ‘해직 처리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공문을 보냈고, 이에 업체측은 후임자가 뽑힐 때까지만 박씨를 고용키로 해 사실상 해고가 예고됐다.
박씨는 진정서에서 “판결이 나지도 않았는데 병무청이 직장에 해직을 권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부산병무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은 채용할 수 없다”면서 “박씨는 현재 기피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인권위는 조만간 담당조사관을 배정해 이 사건이 인권 침해 여지가 없는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