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동문건설
《아파트에 ‘홈 네트워크’ 바람이 거세다.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집안의 모든 기구들을 다룰 수 있는 아파트. 이를 실현시키는 게 홈 네트워크 기술이다. 홈 오토메이션이 집안의 자동화라면 이를 외부에서도 제어하는 시스템이 홈 네트워크. 동문건설과 롯데건설은 최근 홈 네트워크 체험관을 열었다. LG건설, 삼성건설 등도 올해 들어 분양한 아파트에 홈 네트워크를 적용하고 있다. 2∼3년 후면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 아파트에 살아보면 어떨까. 서울 여의도에 있는 동문건설 ‘홈 네트워크 체험관’에서 2∼3년 후의 아파트를 만나봤다.》
●아침
6시30분. 커튼이 자동으로 걷히고 거실에는 불이 켜진다. 주방에는 커피가 끓고 전자레인지에는 전날 밤 넣어두었던 잣죽이 데워져 있다. TV가 저절로 켜지며 화면에 작은 창이 뜬다. 이 창에 날씨, 출근길 교통정보 등이 소개된다. 이런 상황은 아파트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상 모드’를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거주자는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기상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간밤에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있었다면 그 결과를 기상과 함께 비디오폰으로 들을 수도 있다. 기상 모드를 설정하는 기기는 컴퓨터, 거실 비디오폰, 웹패드, PDA 등 다양하다.
자녀를 학교에 태워주고 직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문득 떠오르는 불안감. 가스밸브는 닫았는지, 조명은 껐는지, TV도 껐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휴대전화로 외출모드를 설정하면 조명, 가전제품, 가스밸브 등이 꺼지거나 닫힌다. 집을 나설 때 비디오폰 등으로 ‘외출’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이를 잊어버렸더라도 괜찮다. 외출 모드가 설정되고 30분 후면 자동으로 방범 기능이 작동한다.
●점심
집에 누가 찾아오지는 않았을까.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왔을까. 이는 자동 설정된 방범기능으로 손쉽게 알 수 있다.
외부에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아파트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거주자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방문자’를 클릭한다. 화면에는 아파트를 방문한 사람의 영상과 방문시간 등이 나타난다.
누가 아파트 벨을 누를 때마다 휴대전화에 방문자의 영상이 나타나도록 해둘 수도 있다.
자녀가 귀가할 시간, 외부에서 음식을 데워놓을 수 있다. 휴대전화로 가스오븐을 작동시키고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몇 분 후 먹으라고 말하는 식이다.
친척에게서 낮에 집을 방문하겠다는 전화가 온다. 그에게 자동차 번호를 물어 휴대전화로 아파트 홈페이지에 입력시킨다. 아파트 주차장의 출입관리시스템은 차량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해 친척의 차량을 통과시킨다. 외출 모드가 작동하면 에너지 절약 효과도 생긴다. 대기전력(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전원과 연결돼 있으면 저절로 소모되는 전력)이 90%까지 절감되기 때문이다.
●저녁
홈 네트워크는 저녁 요리에도 도움을 준다. 웹패드로 새로운 요리 자료를 다운받는다. 그에 맞게 요리 재료를 섞어 가스오븐에 넣는다.
웹패드로 ‘자동요리’를 설정하면 가스오븐이 요리 특성에 맞게 익히는 시간을 조절한다. 예열(豫熱) 몇 분, 본 가열 몇 분, 잔열 몇 분 등의 방식이다.
아파트 벨이 울리면 TV에 작은 창이 나타나 현관 앞 방문자를 보여 준다. TV리모컨의 버튼을 누르거나 무선전화기에 ‘문 열어’라고 외치면 현관문이 열린다.
잠들기 전 웹패드나 TV로 집안 내 상황을 돌아본다. 평면도 형태인 화면에는 각 가전제품의 상태가 아이콘 형태로 나타난다. 주방 등(燈)이 켜졌다면 아이콘은 빨간색이다. 등 아이콘을 손으로 건드리면 색깔이 검정색으로 바뀌며 실제 등이 꺼진다. 잠들 때는 무선전화기나 웹패드 등으로 ‘취침’ 버튼을 누른다. 이에 따라 실내 조명과 TV 등이 꺼지고, 커튼이 쳐지며, 방범 기능이 작동한다. 음이온 발생기는 실내 공기 오염도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과 꺼짐을 반복한다.
●비용과 문제점들
홈 네트워크 시스템 설치비는 주택업체에 따라 다양하다. 동문건설의 경우 가구당 220만∼390만원. 웹패드도 갖추려면 150만원이 추가된다. 이 정도면 가격은 저렴한 것 같다.
다만, 홈 네크워크 시스템을 조작하는 방법이 어렵게 느껴졌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 노년층은 시스템을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때문에 주택업체들은 음성인식 기술의 적용범위를 높일 작정이다. 기기를 조작하는 대신 말로 홈 네트워크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이 고장났을 때 사후관리(AS)는 무척 중요할 것 같다. 홈 네트워크가 편리할수록 고장났을 때 불편함이 더 커질 수 있는 까닭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