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를 잡아라.’ 미국 일부 주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되는 등 최근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크게 바뀌자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1999년부터 동성애자 마케팅을 시작했다. 요즘도 동성애자 잡지인 ‘애드버킷’ 등에 동성가족들을 겨냥한 광고를 싣는다. 컴퓨터업체 IBM도 동성가족용 잡지 ‘앤드 베이비’에 자기 회사 동성애자 직원들의 사진을 싣는 방식으로 이들에게 접근한다. 예식업체들은 물론이고 JP모건의 계열사인 JP모건브라운 증권회사나 존 행콕 파이낸셜 등 금융회사들까지 이들에게 가까워지기 위한 이미지 전략을 쓰고 있다.
“상당히 큰 파이죠. 지금 혼자 뛸 수 있다면 인구의 5%를 차지하는 그 시장에서 리더가 될 테니까요.” 시장조사기업인 NPD그룹의 마셜 코언 수석애널리스트는 말한다. 에이비스 렌터카 관계자도 “동성애자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돈을 잘 쓴다”고 분석하고 있다.
동성가족에 관한 통계는 들쭉날쭉하다. 2000년 미국 인구센서스에는 전체의 0.4%인 약 60만쌍으로 나와 있다. 추정치는 미국 인구의 1∼10%. 마케팅 전문가들은 약 5%로 본다. 니치마켓(틈새시장)치고는 적지 않은 규모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역풍(逆風)’을 우려해 관망 중이다. 발 빠른 기업들도 공중파TV 광고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마침 25일 음악 전문 케이블채널 MTV는 내년 2월 시작을 목표로 동성애자 등을 위한 새 케이블방송 ‘로고’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MTV의 계산으로는 미국에 1500만명의 동성애자가 있으며 이들의 구매력은 4850억달러(약 580조원)에 이른다. MTV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시장을 노린 것이다.
톰 프레스톤 MTV 회장이 “잘 알고 있으며 그리 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역풍은 몇 시간 만에 터져 나왔다. 전통가족연합이란 단체의 회장인 루이스 셀던 목사는 “잠자는 거인을 깨웠다”면서 “다른 기독교 종파의 지도자들과 만나 이 채널에 광고를 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