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팔경, 단양팔경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도권에는 이천구경(利川九景)이 있습니다.”
경기 이천시가 최근 이천에서 가볼 만한 관광명소 9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역사의 혼이 살아 숨쉬는 유적과 자연이 빚은 수려한 풍광 등 각종 볼거리가 망라됐다.
당초 후보지는 23곳. 이 중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많은 표를 얻은 9곳이 이천의 ‘명물’로 뽑혔다.
이천시 관계자는 “8경이 아니라 9경을 뽑은 것은 ‘구경을 오라’는 중의적 효과를 얻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천의 첫 번째 볼거리로 뽑힌 곳은 마장면 목리에 있는 도드람산.
높이 349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등산 마니아들에게는 ‘바위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수도권 내 최고의 산으로 꼽힌다. 도드람산을 완주하는 데는 1시간반 정도가 걸린다.
2경은 관고동 설봉공원 안에 있는 설봉호. 2001년 세계도자기 엑스포를 위해 설봉공원이 조성되면서 새롭게 단장됐다. 호수 안에 80m까지 치솟는 분수가 설치됐고 1km에 이르는 주변 산책로도 마련됐다. 호수 주변에는 세계 각국 유명작가의 조각 작품 90여점이 전시돼 있다.
설봉호 뒤로 이천시가지를 품에 안고 있는 설봉산이 있다. 설봉산 등산로 입구에서 15분가량 오르면 3경으로 뽑힌 삼형제바위를 만날 수 있다.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난 어머니를 돕기 위해 삼형제가 함께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 생겼다는 전설이 있는 이 바위를 보면 대자연의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삼형제바위에서 또다시 30분 정도 정상을 향해 오르면 네 번째 볼거리인 설봉산성이 있다. 백제가 축조한 보기 드문 석성(石城)으로 이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5경으로는 백사면 도립리의 산수유마을이 선정됐다. 최고 5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산수유나무 수천 그루가 밀집해 있는 이곳에선 매년 3월 말경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산수유마을 인근에 천연기념물 제318호이자 6경인 반룡송(蟠龍松)이 밭 한가운데 기괴한 모습으로 서 있다. 하늘로 오르기 전 똬리를 틀고 있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 반룡송이다. 이 소나무는 풍수설의 대가였던 신라 말의 승려 도선(道詵)이 명당으로 지목한 함흥과 계룡산 등 5곳에 나무를 심었는데 그중 한 그루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천온천 주변의 저수지인 안흥지(安興池) 안에 있는 애련정(愛蓮亭)은 이천의 일곱 번째 명물. 정확한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조선시대 세종 10년에 재건됐다가 순종 1년(1907년)에 일본에 의해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1998년 12월 애련정을 복원했다. 단청의 우아함이 매력적이다.
8경은 설성면 노성산(해발 310m)의 말머리바위로 노성산 7분 능선에 있다. 말머리바위 옆으로 펼쳐져 있는 병풍바위와 굴바위 등도 볼거리다.
마지막 9경은 1988년 7억원을 들여 시가 조성한 이천 도예촌이 꼽혔다. 처음 80여개이던 도예업체가 지금은 340여개로 늘었다. 이곳에 국내 유일의 사립 청자미술관인 해강도자미술관이 있다.
9경을 하루에 모두 구경하기는 힘들다. 이천시는 설봉산을 찾아 삼형제바위와 설봉산성을 구경한 뒤 내려와 설봉공원에 있는 시립박물관과 세계도자센터, 설봉호 등을 관람하는 것이 하루 코스로는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문의 031-644-2020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