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주한미군 감축 논란의 배경을 설명했다. 2002년 11월에 이미 미국에서 주한미군 재조정을 협의하자는 요청이 있었고, 정부는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공개하지 못했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에 와서 한미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진 것은 아니며, 그동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다했다’는 것이다.
일단 이번 브리핑으로 중요한 부분이 해명됐다고 본다.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검토(GPR)의 일환임이 분명해졌고, 정부가 이에 나름대로 대비해 왔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근본적인 부분은 아직 불투명한 채 남아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근본은 앞으로 한미동맹을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 정부의 구상이 서 있느냐는 점이다. 주한미군의 감축 규모, 주한미군이 기동군화할 경우 지역문제에 대한 한국의 개입 여부,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비책 등은 한미동맹의 밑그림이 그려진 뒤에야 구체화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내내 미군기지 이전과 이라크 추가 파병 등 눈앞의 사안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기지 이전 협상만 해도 주한미군의 감축 규모 및 역할 변경, 더 나아가 미래 동맹의 모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한 셈이다. 엊그제 한미연합군의 활동범위에 관한 찰스 캠벨 한미연합사 참모장의 발언에 정부가 뒤늦게 항의하는 소동을 벌인 것 역시 두 나라 사이에 동맹의 미래상에 대한 최소한의 협의조차 없었음을 입증하는 사례가 아닌가.
나라 안팎의 안보환경이 요동치고 있는 이때 정부가 해야 할 것은 근본을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다. 한미동맹이라는 근본이 확실해야 나머지 현안들도 두 나라가 윈-윈(win-win)하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국민도 안심시킬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놓고 미국과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