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은 27일 워싱턴주 시애틀 유세에서 동맹관계 재건을 포함한 외교 및 국가안보 정책의 4대 원칙을 밝혔다.
케리 의원은 다음 주말까지 국가안보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문제에 치중해 온 케리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앞서고 있지만 외교 및 국가안보 분야에서는 열세를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에 대해서는 “동아시아에서 북한이 진정한 핵 위협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이라크에서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는 병력을 교체하기 위해 미군을 한반도에서 빼내기 시작했다”고만 언급했다.
▽케리의 4대 원칙=케리 의원이 밝힌 외교 및 국가안보 정책의 4대 원칙은 △동맹관계 재건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력 첨단화 △국가안보를 위한 외교, 정보, 경제력 및 미국적 가치의 적절한 이용 △중동 석유에 대한 과도한 의존 탈피 등이다.
케리 의원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증진하는 외교정책을 가장 중시하겠다면서 “동맹을 통해 미국이 더 안전해지고, 비용과 인명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는 동맹과 존경을 구축해야 할 때 세계를 위협하고 괴롭혔다”고 비판하고 “(동맹국들은) 자신들의 말을 경청하는 미국, 두려움과 불신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받는 국가를 갈망하고 있다”는 말로 동맹관계의 재건 방향을 시사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인 시도보다는 무력에 의존해 이라크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미국의 지도력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케리 의원은 “가장 중대한 안보 위협은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무법국가와 테러범들에게서 나온다”면서 자신의 전략은 이들의 대량살상무기 획득 저지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첫날 미군을 향해 “세계에서 가장 잘 정비되고 첨단장비를 갖춘 최강의 군대로 만들 것을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동 석유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이 더욱 독단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탈피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신기술과 대체연료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시 진영의 반응=부시 선거팀은 케리 의원의 연설을 비판하는 공화당 의원과 관리들의 반응을 언론에 공개했다.
존 코닌 상원의원은 “케리의 말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과 유엔 및 30여개 동맹국이 (이라크전에) 참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색스비 챔블리스 상원의원은 “미국 국민은 케리의 근거 없는 과장과 분노가 아니라 확고한 리더십을 원한다”고 비판했으며, 에릭 캔터 하원의원은 “케리의 불합리한 저자세 외교는 결코 테러범들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케리의 외교안보 4대원칙▼
동맹관계 재건
군사력 첨단화
정보-경제력 활용
중동석유 의존 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