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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 알면 이긴다]암, 정복 가능할까(上)

입력 | 2004-05-30 17:19:00

비인강암이 있는 한 환자가 세기조절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 세기조절방사선 치료는 암부위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쏘기 때문에 정상부위의 피해가 적다.사진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암 치료법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암 환자 10명 중 3, 4명만이 완치됐으나 지금은 10명 중 절반 이상이 완치되고 있다. 이는 조기진단 외에 암을 정확하게 찾아 효과적으로 죽이는 치료제와 치료기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떠오르고 있는 암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치료=암 치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기존 항암제는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암 환자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위장의 점막세포가 손상돼 구토와 설사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해야 했다. 표적치료는 암세포의 성장이나 생존과 관련된 단백질과 유전자만 찾아 공격하므로 정상세포의 손상이 적다.

표적치료제는 ‘글리벡’, ‘이레사’ 등이 대표적. 글리벡은 백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며 이레사는 폐암세포의 성장 인자를 억제한다. 이레사는 기존 항암제에 비해 생존율을 2배나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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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참조

주요 표적치료제표적치료제회사적응증글리벡노바티스만성골수백혈병, 위장관기저종양이레사아스트라제네카말기 비소세포 폐암허셉틴로슈전이성 유방암맙테라로슈비호치킨 림프암제발린쉐링비호치킨 림프암맵캄파스쉐링만성림프구백혈병,T세포 림프암

이밖에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막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림프암에서 생기는 단백질을 공격하는 ‘맙테라’ 등이 최근 잇따라 국내에 나왔다.

또 맙테라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붙여 암 세포를 보다 확실하게 죽이는 ‘제발린’과 만성림프구백혈병 치료제인 ‘맵캄파스’도 조만간 국내에 들어올 예정.

▽업그레이드된 방사선 치료=방사선 치료는 최근 컴퓨터의 발달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한 ‘3차원 입체조형치료’로 환자의 몸 내부를 들여다보듯 피할 곳과 치료해야 할 곳을 사전에 알아서 암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쬔다.

최근엔 이런 3차원 입체조형치료에서 더 나아가 암 부위별로 방사선 용량을 달리하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가 국내에 도입됐다.

이는 종양에만 방사선을 쬐고 정상조직은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절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 주로 두경(頭頸)부 종양이나 전립샘암 등에 쓰이며 다른 종양에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초기 전립샘암의 경우 9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수술하지 않고 암을 제거하는 ‘사이버 나이프’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로봇 팔이 위성항법장치인 내비게이션에 따라 가느다란 방사선을 종양부위에만 수백 번 쬐어 암세포를 파괴시킨다. 기존 항암제 및 수술에 실패했거나 재발한 암의 치료에 주로 이용된다. 뇌종양이나 암의 크기가 작은 폐암, 췌장암 등에도 사용된다.

▽덜 째고 제거 한다=수술 분야에선 복강경 시술이 부상하고 있다. 조기 위암의 경우 배를 열지 않고도 암을 제거할 수 있으며 일반 개복수술과 비교해 치료 성적도 비슷하다.

대장암의 경우엔 초기를 넘어 부분적으로 진행된 경우에까지 복강경 시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추세. 최근 미국에선 중기 대장암 환자 864명을 대상으로 복강경 시술을 한 뒤 5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68%가 완치돼 일반 수술의 62%에 비해 약간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외 초기 신장암, 난소암, 자궁암 등에도 차츰 복강경 시술이 도입되고 있다.

(도움말=신촌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 종양학과 김주항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이창걸 교수,외과 이강영, 형우진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개월째 비인강암 투병 40대주부▼

비인강암으로 치료를 받았던 황현주씨가 연세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이창걸 교수와 만나 상담을 하고 있다.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21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 지하 2층 방사선종양학과. 코와 목 뒤가 만나는 부위에 생긴 ‘비인강암’으로 ‘세기조절방사선 치료’를 받은 주부 황현주씨(42·서울 양천구 목동)가 이창걸 교수에게 간단한 진찰을 받고 있었다. 암 치료를 받은 지 1년 8개월이 지났다. 황씨가 암에 걸린 걸 안 것은 2002년 7월 목 부위에 몽우리가 만져지면서. 검사 결과 5cm 크기의 암이 발견됐다. 목 안쪽이라 수술도 불가능했다.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가 유일했다. 황씨가 세기조절방사선 치료를 선택한 것은 부작용이 적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기존 방사선 치료는 암 근처에 있는 침샘을 대부분 파괴시켜 평생 ‘침 마름증’을 안고 살아야 된다. 또 치아가 약해지고 청력도 떨어질 수 있다. 세기조절방사선은 암에만 집중적으로 쬐기 때문에 침샘과 청각신경 등에 손상이 없다. 그러나 2002년 10월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입안이 전부 헐어 죽조차 삼킬 수 없는 혹독한 생활을 한 달이나 했다. 그 땐 진통제와 영양제로만 버텼다. 한동안 말도 못했다.

황씨의 어머니가 미음을 떠 줄 땐 젊은 나이에 웬 고생인가 싶어 눈물이 났다. 처음 항암제 치료를 받던 날엔 머리카락이 절반가량이나 빠졌다. 그날 황씨는 머리를 빡빡 밀었다. 그리고 거울을 봤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순간 우울한 기분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음에 남아 있는 걱정이 머리카락과 함께 사라지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결국 암을 이기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 뒤론 항암제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입원할 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병동에 입원한 다른 환자들과 대화도 자주했다. 친구도 생겼다.

“투병생활은 정말 힘들었지요. 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남들이 하기 힘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요. 체중이 64kg에서 10kg이나 줄었거든요.”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