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사진
프랑스 출신의 브뤼노 메추 전 세네갈 감독(50·아랍에미리트 알 아인클럽 감독·사진)이 한국축구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선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성적 부진으로 지난달 19일 중도 하차한 움베르토 쿠엘류 전 감독 후임으로 메추 감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술위는 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 셰놀 귀네슈 전 터키 감독, 마이클 매카시 전 아일랜드 감독 등 4명의 후보를 현지 면접하고 귀국한 검증단으로부터 평가결과를 들은 뒤 무기명 비밀투표를 거쳐 메추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결정했다.
▽왜 메추인가
기술위가 차기 사령탑 선정 기준으로 내건 조건은 선수단 장악력과 월드컵 등 국제대회 성적, 세계 축구 흐름에 대한 지식, 언어(영어) 구사력 등 4가지. 메추 감독은 기술위 검증단과의 면접에서 4가지 모두 최고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메추 감독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스콜라리 감독은 지도력과 세계축구의 흐름에 정통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유로2004가 끝나는 7월 이후에나 합류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귀네슈 감독은 선수단 장악력이 부족하고 터키어 외에 독일어밖에 구사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메추 감독은 “한국축구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우수한데 현재 그 가능성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차기 월드컵에서는 4강 이상이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연봉은 얼마
축구협회의 당초 입장은 전임 거스 히딩크 감독(100만달러)이나 쿠엘류 감독(70만달러·이상 추정)과 비슷한 대우를 해준다는 것. 이 액수는 최근 카타르의 알 이티하드 클럽이 170만달러를 제시하는 등 폭등한 메추 감독의 몸값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축구협회는 이에 따라 100만달러(약 12억원)를 기본으로 하고 아시안컵과 2006독일월드컵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옵션을 추가하는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위는 또 메추 감독과의 계약이 확정되는 대로 한국인 코치 선임 문제도 조기에 매듭짓기로 했다. 메추 감독이 요구한 외국인 코치는 현재 알 아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골키퍼 코치와 체력담당 트레이너 등 2명. 나머지는 한국인 코치를 요청함에 따라 다음달 5일까지 국내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지원을 받은 뒤 7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2명을 선임할 계획이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정열의 지도자 메추 “선수들은 친구다”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 파란 눈동자. 양복에 하얀색 라운드티를 즐겨 입는 브뤼노 메추 감독은 패션모델 같은 멋쟁이.
하지만 경기장에서 그의 모습은 딴 판이다. 2002년 5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프랑스-세네갈의 개막전. 월드컵 첫 출전의 세네갈을 이끌고 98월드컵 챔피언인 프랑스와 맞붙은 메추 감독은 경기 내내 선 채로 선수들을 독려해 1-0으로 승리하는 최대의 이변을 엮어냈다.
월드컵 개막 전 세계 축구계는 메추 감독을 “세네갈을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시킨 것 말고는 선수로나, 지도자로나 내세울만 한 게 없다”며 대단찮게 평가했다. 그러나 세네갈을 월드컵 8강에 올려놓자 그에 대한 평가는 ‘카리스마가 넘치며 선수들의 자신감 배양과 팀워크를 잘 이뤄놓는 명 지도자’라고 180도 바뀌었다.
프랑스 출신으로 벨기에 안데를레흐트와 프랑스 발렌시엔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보베, 릴, 발렌시엔 등 프랑스 프로축구팀 감독을 거쳐 2000년부터 3년간 세네갈대표팀을 맡은 메추 감독은 자신의 팀에 ‘올 인’하는 정열적인 지도자.
그는 세네갈팀을 맡은 뒤 “세네갈에서는 유럽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정, 고독과 같은 진정한 가치가 있다”며 애정을 쏟아부었고 세네갈 여성과 결혼까지 해 현지인들의 신망을 얻었다.
그의 정열은 한국대표팀 감독에 내정되자마자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한국팀은 내 팀이다. 당장 6월2일과 5일 열리는 터키전부터 지휘봉을 잡고 싶다”고 밝힌 것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에이전트인 ‘KAM스포츠’의 마이클 달시 대표는 국내에서 대한축구협회 측과 계약 협의를 벌이는 중.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메추 감독은 협상이 끝나면 바로 한국으로 올 예정이다.
“나는 경찰이 아니라 감독이다. 선수들과 함께 있을 때 난 내가 그들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강압적으로 한다고 다 존경 받는 게 아니다.”
메추 감독이 자신의 이 지도철학을 근면, 복종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축구와 어떻게 접목시킬지 궁금하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