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후원한 ‘한중일 싱크탱크 연례 심포지엄:동북아 안보협력과 6자회담’이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본사 부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PEACE 21), 일본 아사히신문의 아시아 네트워크(AAN),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공동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엔 한중일의 전현직 관료 학자 언론인 등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성과를 평가하고 북핵문제 해결 이후 동북아 안보협력체 구성 가능성 등을 점검했다. 특히 6자회담에서의 중국의 역할, 북한의 입장 등을 놓고 참석자들이 각국의 솔직한 견해와 시각을 피력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모두 6시간반 동안 진행된 심포지엄을 지상 중계한다.》
▼주제발표 1/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컬럼니스트▼
6자회담은 어디까지나 과정일 뿐 그 자체가 해결책이 아니다.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자리이지만 △북한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 △북한의 경제개혁 방향을 어떻게 하느냐 등도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동북아시아 질서의 미래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6자회담은 북한에 대한 다른 5개국의 공동전선처럼 보이지만 이슈별로 각국의 이해와 관심이 다르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안고 있다.
한국은 북한 문제를 외교가 아니라 민족 문제로 다루려고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일본인 피랍 문제를 테러의 일환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다. 또 미사일 위협에 가장 민감한 것은 일본이다. 북한을 완충국가로 보는 중국은 북핵 문제 자체의 심각성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핵이 일본의 핵무장 등 도미노현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6자회담에 공통된 비전이 없다는 것은 전략적인 딜레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 6자회담이 끝날 것인지, 아니면 그때부터 가장 의미 있는 다각적인 협조과정이 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한반도에 깊은 역사적, 전략적 이해를 가진 관련국들이 다각적인 협조의 장을 구축한다면 6자회담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주제발표 2/지즈예 中 CICIR 부원장▼
중국은 1996년을 기점으로 다자간 협력에 적극 참여원칙을 결정했다. 그러나 동북아에 팽배한 냉전의식이 지역협력체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 한반도의 정전협정은 평화조약이 아닐 뿐 아니라 국제법적으로 취약하다.
북한의 안보불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990년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 후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수교했으나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수교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과거 정상회담을 통해 ‘한-러’ 및 ‘북-미’ 외교관계의 수립에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교차승인 원칙을 먼저 제시해 놓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냉전 종식 후 러시아는 북한과 평화우호조약을 체결하면서 더 이상 북한에 군사적 책임을 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61년 북한과 체결한 ‘조중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조약’을 냉전시대 이후 연장할 때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따라서 북한은 전에 없는 안보 압력에 직면해 있다.
북한이 6자회담 테이블에 앉은 것 자체가 적극적인 의사 표시로 나머지 5개국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 북한은 15일 핵시설 동결의 대가로 미국이 에너지 지원 등 대북 보상을 하는 방안을 거듭 제시했다. 이 정도면 북한이 큰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주제발표 3/하영선 서울대교수▼
북핵 문제의 해결책은 ‘민족적 국제공조’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북한 지도부가 민족적 공조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비핵화 공동선언을 재확인해야 한다. 국제공조는 미국 및 관련 국가들이 북한에 대한 불가침 선언을 동시에 담보하는 것 등이다.
만약 북한이 19세기 위정척사(衛正斥邪) 방식으로 자주 생존권을 확보하려 한다면 체제 유지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북한이 변화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6자회담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핵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며 ‘핵무기 계획 동결 및 그에 대한 보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요구하고 있다.
‘동결’과 ‘폐기’ 사이의 간극은 좁히기 어렵다. 특히 미국이 핵 문제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CVID 원칙의 포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만약 미국과 북한이 ‘폐기’와 ‘동결’의 중간 타협선을 찾아내 ‘보상’을 논의하는 단계가 되더라도 북한의 ‘서면 불가침 담보’ 요구 등 군사적 보상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참석자 명단▼
▽사회 및 진행
권오기(權五琦·PEACE 21 이사장)
남중구(南仲九·PEACE 21 소장)
▽주제 발표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지즈예(季志業·CICIR 부원장)
하영선(河英善·서울대 교수)
▽지정 토론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시즈오카대 교수)
치바오량(戚保良·CICIR 연구원)
방형남(方炯南·동아일보 논설위원)
▽자유 토론(가나다순)
강인덕(康仁德·극동문제연구소장)
공노명(孔魯明·AAN 회장)
기타야마 겐지(北山憲治·AAN 사무국장)
김동성(金東成·중앙대 교수)
김영작(金榮作·국민대 교수)
남궁곤(南宮坤·경희대 교수)
남찬순(南贊淳·동아일보 심의실장)
도마루 슈이치(都丸修一·AAN 주사)
문하영(文河泳·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 정책기획관)
박두복(朴斗福·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박철희(朴喆熙·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쉬바오캉(徐寶康·인민일보 서울지국장)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주한 일본공사)
싱하이밍(邢海明·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아사히신문 논설주간)
이치가와 하야미(市川速水·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장달중(張達重·서울대 교수)
정구종(鄭求宗·동아닷컴 사장)
정종욱(鄭鍾旭·아주대 교수, 전 주중 한국대사)
조형화(曺亨和·외교통상부 특수정책과 외무관)
차오스궁(曹世功·중국경제일보 서울지국장)
청위제(程玉潔·CICIR 연구원)
최규철(崔圭徹·동아일보 논설주간)
한석희(韓碩熙·연세대 교수)
후지와라 히데히토(藤原秀人·아사히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