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엇갈려 혼란스럽다. 엊그제 춘천지법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열흘 전 유사한 사안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서울 남부지법과는 반대되는 결정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법원 판결의 혼선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춘천지법 판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지만 서울 남부지법의 무죄 판결에 공감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수원지법 성남지원의 판사는 같은 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법 위반은 유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판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대하는 시각이 다르고, 또 그것이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혼선을 정리하려면 헌법재판소가 나서야 한다. 2002년 1월 제청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위헌신청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해 법원에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해 줘야 한다. 헌재 심판이 늦어질수록 재판의 일관성은 떨어질 수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논란은 증폭될 수 있다. 법의 신뢰성을 해치는 이런 일이 더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는 데 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헌법의 최종 해석기관인 헌재의 심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의 공정한 판결을 위해서는 물론 대체복무제 도입 등 보완책을 논의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도 헌재의 심판은 필수적이다.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