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지점장과 호주 교민이 포함된 4300여억원 규모의 ‘환(換)치기’ 조직이 세관에 적발됐다.
이번 환치기 계좌의 거래액수는 관세청 적발 사상 최대 규모로 계좌 이용자가 4만7800여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에는 호주의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3억여원을 불법 송금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1998년부터 올해 3월까지 51개의 계좌를 통해 4300여억원 규모의 외환거래를 불법 알선하면서 21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정모씨를 검찰에 송치하고 호주 교민 조모씨(50) 등 3명을 지명 수배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환치기 계좌를 운용해 얻은 수수료 4억원을 증여성 송금으로 위장해 호주에 보낸 농협의 한 지점장 박모씨(49)를 재산해외도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정씨 등 5명은 한국에 거주하는 친인척 등의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한 뒤 10만9872회에 걸쳐 건당 5∼20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무역대금과 부동산 투자자금 등을 불법 거래토록 알선한 혐의다.
이 가운데 농협 지점장인 박씨는 호주에 수수료 4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없는 증여성 송금한도인 1만달러 이하로 쪼개 직원들 명의로 나눠 송금한 혐의라고 세관은 설명했다.
오태영(吳泰泳) 서울세관 조사국장은 “정상 외환거래보다 수수료가 싸다는 점에 현혹돼 4만7800여명이 유학 및 생활자금, 도박자금, 부동산 취득자금 등을 입출금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불법 외환거래 여부를 추가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환치기▼
재정경제부에 외국환 취급업무 등록을 하지 않은 제3자의 계좌를 통해 불법으로 자금을 거래하는 수법. 환치기 계좌는 세관 및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국가간 자금 거래 없이 수출입업자의 대금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예컨대 외국의 수출업체 A사와 국내 수입업체 B사가 무역거래를 한 뒤 외국환은행을 통해 물품 대금을 주고받지 않고 각각 현지에 개설된 환치기계좌를 통해 입출금하는 방식이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