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한국이 북한에 효과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이즈미 하지메 교수)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얼마나 절박하게 느끼고 있나.”(박철희 교수)
3시간여에 걸친 토론회에서 일본학자들은 6자회담에 임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반면 한국 학자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좀 더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했다.
이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중국마저 압력을 넣으면 북한은 설 땅이 없어져 지역 내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킬 것이라고 맞서 한중일 학자들 간에는 중국의 역할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 같은 한중일의 시각차는 6자회담장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 역할론 논의의 발단은 이즈미 교수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방식과는 달리 중국과 한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고, 미국과 일본이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었다.
이어 한국의 김동성 교수가 “중국은 북한 핵문제로 인해 6자회담을 시작했지만 점점 북핵보다는 자국의 위상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거들면서 참석자들의 공방은 점점 뜨거워졌다.
중국측 참석자들은 북핵 문제에 관해 북한을 옹호하거나, 미국에 책임을 돌리면서 중국이 6자회담을 성사시켰다고 강조했다. 지즈예 부원장은 “핵문제에 관한 한 조금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미국을 일본이 설득할 수는 없느냐”며 일본의 역할을 문제 삼아 맞불을 놓기도 했다.
청위제 연구원은 “북핵 문제를 두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얘기는 북한이 핵무기를 확실히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국인지에 대해선 미국도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치바오량 연구원은 “지금 북핵 문제의 대립은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북한의 입장을 두둔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의 학자들은 중국이 6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들였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시각을 공통적으로 나타냈다.
김영작 교수는 “중국이 그동안 노력한 것을 평가한다”면서 “6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그나마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측 참석자들도 중국이 지속적으로 역할을 담당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은 “중국이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하지만 북핵은 압력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이루기 위해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의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