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범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인질극보다 더 놀랄만한 새로운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경고가 연이어 나왔다. 후속 테러 가능성으로 인해 최근 진정국면을 보이던 국제 원유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은 사우디에서 테러가 늘어나는 이유는 급진 이슬람사상을 교육하는 종교학교를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자업자득론'을 주장, 9·11테러 이후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를 반영했다.
▽추가 테러 경고=영국 더 타임스는 30일 사우디 인질극을 벌인 테러범들이 새로운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 테러범들이 주요 석유시설이나 사우디-바레인 간 수송로 등을 노릴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호주 외무부도 31일 "테러범들이 외국인 건물을 추가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사우디 안에서 언제, 어디서든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및 프랑스 외무부는 자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사우디 여행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엑슨 모빌과 로열 더치 셸 등은 사우디에 주재하는 인력을 재조정해 1명 정도의 최소 인원만 남기거나 사무실을 인근의 바레인이나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가 불안 우려=후속 테러로 인한 사우디 정정(政情) 불안과 석유시설 피습 가능성으로 미국의 현충일 연휴가 끝난 뒤 1일 열리는 국제원유시장 동향이 주목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원유가가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러범들이 사우디의 석유부문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노려 석유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3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에서 산유량 한도를 잠정 폐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산능력을 갖춘 회원국은 사우디뿐이다.
특히 파이낸셜 타임스는 '석유의 세계은행'인 사우디의 수출이 위태로워지면 1979년 이란혁명으로 세계 석유공급이 7% 감소하고 원유가가 배럴당 75~80달러(현재가치 기준)까지 치솟았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자업자득론' 지적=미국 리처드 루가(공화·인디애나) 상원 외교위원장은 30일 폭스TV에 나와 "사우디 정부가 아직도 사원학교인 마드라사에 재정지원을 한다"며 "여기서 무장조직에 참여하고 미국-사우디 관계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미국은 석유 때문에 사우디를 보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종교의 가장 나쁜 면만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런던 캔버라 워싱턴=외신 연합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