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후퇴인가, 현실 인식인가. 아니면 ‘계산된 헛발질’인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방안’을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한창이다.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10월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는 세금 부담을 크게 늘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장담했던 것과는 달리 다소 완화된 내용이 눈에 띄기 때문.
대표적인 사례가 집주인이 살지 않는 비(非)거주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 적용. 정부는 당초 부동산 가격 폭등이 ‘주택을 갖고 장난을 치는 투기 세력들’ 때문이라고 보고 1가구 1주택자를 제외한 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는 최고 세율을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법률 입안 과정에서 영세한 주택임대사업자들이 이 규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비(非)거주 주택에 대한 최고세율 적용을 제외했다.
이종규(李鍾奎) 재경부 세제실장은 “투기 세력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이번 방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안팎에서는 세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략적 후퇴론’과 ‘현실 인식론’, ‘계산된 헛발질론’ 등이 그것.
후퇴론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경제 정책에 대한 시각을 ‘분배’보다는 ‘성장’쪽으로 고치면서 자연스럽게 세금 정책을 완화시켰다는 논리다. 성장을 위해서는 세금 인상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라는 것.
현실인식론은 지난해 부동산가격이 급등했을 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세금 인상 방안을 무조건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나중에 인식하고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후퇴론과 어느 정도 맥을 같이한다.
계산된 헛발질론은 어차피 시행하지 못할 세금 인상 방안을 정부가 ‘총선용’으로 활용했다는 시각이다. 세금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경부 세제실이 급격한 세금 인상에 따른 조세 저항을 모를 리 없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 폭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큰 서민층을 겨냥해 일단 강도 높은 대책을 발표했다는 것 .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