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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보론초프/美, 北核대결구도 감수

입력 | 2004-05-31 18:59:00


4월 15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둠으로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수립을 좀더 역동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북한에는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을 맞아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한국사회의 분열은 단순히 진보나 보수에 대한 견해차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의견에 익숙한 ‘아버지’ 세대와, 북한과의 화해를 독자적으로 풀어가며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젊은’ 세대의 갈등이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은 대외정책에서 크게 드러난다.

노 대통령의 대북 화해정책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상반된다. 태평양 건너편 동맹국의 보호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열망은 남북관계에서 일종의 정치적 분기점을 맞게 했다.

탄핵 국면을 통해 야당은 노 대통령에게 미국과 더 가깝게 지내고 북한관계는 진척시키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분석가들은 풀이했다.

미국에 한국과의 동맹관계는 걱정거리다. 올 2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두 나라의 입장차가 뚜렷이 표출됐다. 회담에 앞서 워싱턴, 도쿄, 서울은 서로의 입장을 미리 조율했다. 그러나 협상에서 나타난 한국의 입장은 러시아와 중국의 의견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합세해 핵 포기와 보상 구도로 가져가는 것이 핵 해법의 첫 단계라는 북한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과 일본만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요구했고 어떠한 양보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워싱턴은 평양에 더 큰 압력을 넣을 준비가 돼 있다. 4월에 한국을 방문한 딕 체니 미 부통령은 한국에 북핵 위협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국경지역 안정은 물론 대륙횡단철도라는 이해관계 때문에 6자회담의 진척에 깊은 이해관계가 있다. 남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봉쇄정책은 남북의 경제협력을 저해한다.

6자회담의 외교절차가 확정되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실무진이 구성된 것은 지역정치구조 형성의 첫걸음인 동시에 동북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단순히 위기의 해법을 찾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연결하는 실무기구의 탄생이라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영향 아래 지역 구조를 만들어 국제적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이를 통해 더욱 영향력을 발휘하려 들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참여와 감독 아래 가상적인 지역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북한과의 대결구도를 감수하고라도 다자접근 방식을 고수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중국 주도의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공격받을 염려가 없고 외부의 압력이 약화될 것이기에 회담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채널 유지와 북-일 양자대화 창구가 절실한 실정이다.

러시아도 아시아지역의 안전과 지역협력을 위한 영향력 확립에 이해가 결려 있다.

북한이 경직된 스탈린식 경제와 나아가 정치모델까지도 서서히 버리기 시작한 마당에, 주변국들은 북한에 구체적 도움을 주지 못할지라도 마음으로부터 지원이라도 해야 할 때이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 동방학연구소 한국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