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 흥부의 제비 박씨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횡재가 아니다.’
지난달 31일 한국증권업협회가 내놓은 초중고교생 대상 증권교재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금융권이 내놓은 최초의 초중고교생 대상 증권교재라는 점 때문이다.
이 책에는 현직교사들까지 참가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전래동화, 그리스 로마신화, 세계 명작동화 등을 사례로 들거나 만화, 컬러 그림과 사진, 다양한 퀴즈 등을 통해 딱딱한 증권 얘기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풀어 썼다.
협회가 청소년 증권교육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뭘까. 외국인에게 매달리는 한국 증시의 ‘천수답’ 구조와 무관치 않다. ‘대박’만을 좇는 주식 투자 문화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꿔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한 증권사 투자분석가는 “투자설명회 때마다 올바른 종목 선택과 가치 투자 요령을 설명하곤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질문은 ‘대박이 터질 종목 하나를 콕 찍어 달라’는 것”이라며 한국의 왜곡된 투자문화를 꼬집었다. 범인을 쫓는 탐정처럼 심혈을 기울여 투자기업을 발굴하고 기다릴 줄 아는 가치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비뚤어진 투자문화는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아이들은 돈을 모으는 과정이나 방법보다 결과만 따지고 든다. 오죽하면 초등학생이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 평수로 친구들끼리 편을 가른다는 말까지 들릴까.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던져 줄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미국의 투자교육전문가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자신의 책에서 부자 아빠는 자녀들에게 ‘돈에 관한 지식’을 가르친다고 썼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도 11세 때 이미 주식 투자를 통해 가치 투자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한국판 ‘워런 버핏’이 한국 증시의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