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을 이미 개방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는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일본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에서 자국의 쌀 산업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한국과 함께 관세화를 10년간 유예받았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농촌지역 노동력의 고령화 △영농 규모의 영세성 △국내외의 쌀 가격차 확대 △시장개방 압력 등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99년 4월부터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쌀 재고가 증가한 데다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으로 의무적으로 수입되는 쌀의 처리도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97년 말 일본의 쌀 재고는 소비량의 40%(390만t)를 차지했다. 4년 연속 쌀 풍작에 따른 결과였다. MMA에 따른 수입쌀은 더욱 큰 부담이었다.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할수록 MMA 물량이 더욱 늘어나 골칫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듬해 일본 정부의 쌀 정책은 쌀을 수매해 가격을 지지하는 방식에서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여당인 자민당은 농림수산성 농협 등과의 3자 회담에서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을 합의했다.
쌀 시장 개방 이후 일본은 높은 관세를 매겨 수입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은 것은 물론 고급 쌀을 개발해 2002년 538t을 농업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등에 수출까지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통상기구에서 일본의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
대만의 상황은 달랐다. 2002년 WTO 가입조건으로 대만은 1년간 쌀 관세화를 미루는 대신 소비량의 8%(14만5000t)를 MMA로 수입하겠다고 약속했다.
2001년 6500t에 불과했던 수입쌀은 2002년 10만8000t으로 급증했다. 대만 정부는 유예기간 1년을 채운 지난해 1월 관세화를 통한 시장 개방을 선택했다.
안총기(安總基) 외교통상부 WTO과장은 “관세화 유예 연장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확언할 수 없는 것은 대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예에 따른 대가(MMA 물량 확대)로 수입량이 급증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