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과도정부가 1일 출범했다. 과도정부는 이달 말 미국에서 주권을 넘겨받아 내년 1월 국민투표를 통해 임시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활동한다. 국제사회는 이날 과도정부의 출범을 ‘역사적인 일’로 평가하며 일제히 환영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과도정부 구성으로 이라크는 완전한 주권국가와 민주국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민주국가로 거듭나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과도정부의 한계=과도정부는 대통령과 총리, 주요 장관들을 종족별, 종파별, 성별로 고루 안배했다. 따라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가 헤쳐 모인 ‘복사판’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핵심 요직인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 총리 등 ‘빅 4’ 가운데 쿠르드족 출신의 부통령인 로슈 샤와이스를 빼면 모두 IGC 출신이다. 샤와이스 부통령도 쿠르드민주당(KDP)이 IGC에 파견한 대표여서 ‘빅 4’가 모두 IGC 출신으로 봐도 무방하다. 26개 부처 장관의 상당수도 IGC 출신이거나 이와 관련된 인물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망명생활을 해 인지도와 지지도가 낮다. 더구나 이라크 국민에게 미국의 점령정책을 뒷받침한 ‘꼭두각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수니파 출신이지만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지지를 받는 가지 알 야와르 대통령 지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과 유엔이 생각하는 과도정부의 대통령은 형식적인 자리지만 24년 동안 후세인 전 대통령의 무소불위의 힘을 목격한 이라크인들이 느끼는 대통령의 무게는 다르다는 것.
▽갈등 해소가 급선무=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과도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새로 임명된 장관들을 조율하는 작업’을 꼽았다. 대부분의 장관은 정치인과 부족 지도자이며 석유, 전력, 보건, 교육장관은 기술 관료여서 이질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 부통령직과 국방, 외교 등 요직을 차지하면서 주류세력의 반발도 예상된다. 1일 바그다드 시내의 쿠르드애국동맹(PUK) 사무실 부근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쿠르드족이 많이 살고 있는 키르쿠크 등 북부지방에서 최근 폭탄테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야와르 대통령은 “굳은 결의로 단일화된 이라크를 만들자”고 호소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과 영국은 2일 이라크 과도정부에 주권을 이양한 뒤 미군 지휘 아래 다국적군 주둔을 허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새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키로 했다.
이 결의안에는 정확한 날짜를 못 박진 않았으나 이라크의 새 헌법에 따라 총선이 이뤄진 뒤 다국적군이 철수한다는 내용도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군 등 다국적군은 이르면 2005년 12월이나 2006년 초 철수가 예상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