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평균 50.1%였다.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래 최저치다.
매매가에 대한 전세금의 비율은 1999년 59.4%에서 2001년 62.8%로 늘어났다가 그 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전세금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전세금이 뛸 동안 매매가는 날아간다는 뜻. 이사를 하거나 재계약을 해야 하는 세입자가 반길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곰곰 따지고 보면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다.
전세금은 당장은 주거비용이지만 길게 보면 내 집 마련의 밑돈이다. 세입자들은 대개 전세금에다 은행 빚을 얹고 깨뜨린 적금을 보태어 집을 장만한다. 전세금 비율이 떨어지면 나중에 집을 살 때 추가로 들어가는 돈이 많아진다.
매매가가 전세금보다 더 많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 세입자들이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 한 가지 설명이다. 이 경우 전세 수요는 줄고, 매매 수요는 증가한다. 따라서 전세금은 더 떨어지거나 덜 오르고 매매가는 덜 떨어지거나 더 오르기 마련이다.
실수요보다는 투기 수요가 결정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투기꾼들이 적게는 서너 채, 많게는 10여 채의 집을 사들이면서 아파트 매매가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다.
전세금 비율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43.8%로 전국보다 낮고, 서울 강남구(35.3%)와 송파구(32.8%)는 현격히 낮다. ‘실수요 증가→강남 집값 상승’ 주장이 힘을 잃는 대목이다.
부동산시장 대책은 단순한 ‘강남 집값 때려잡기’를 넘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도와야 한다. 지난해 ‘10·29대책’ 발표 직전 강남구와 송파구의 전세금 비율은 각각 34.8%와 32.6%로 지금과 비슷하다. ‘강남 버블을 없애겠다’던 10·29대책은 과연 성공한 것인가?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