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악재로 한국증시가 또다시 추락했다.
3일 한국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4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770선대로 떨어졌다. 코스닥도 5일(거래일 기준) 만에 300선대로 내려앉았다. 일본 홍콩 대만증시도 주가지수가 전날보다 1∼3%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의 동반 하락은 그동안 증시를 압박해 온 중국의 긴축 움직임이 가시화된 게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 기술주의 하락세 전환’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계증시의 흐름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격매매하지 말고 주가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가시권에 접어든 중국발 악재=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날 중국이 경기 과열을 식히기 위해 몇 주 안에 금리와 전기료 등의 인상을 포함한 강력한 경기억제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정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4분기(1∼3월) 9.8%에서 2·4분기(4∼6월)에 무려 11.4%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증시는 모두 하락세로 돌아선 뒤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폭을 키웠다.
여기에 이날 오후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증산 회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유가의 급등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또다시 드러난 한국증시의 문제들=이날 한국증시는 일본 대만 홍콩 등에 비해 하락폭이 훨씬 컸다. 취약한 매수기반과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한국 증시의 문제점에서 비롯됐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판 주식이 산 주식보다 많음) 물량이 각각 1200억원대와 1700억원대에 불과했다. 반면 개인들은 2900억원대를 순매수(산 주식이 판 주식보다 많음)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증시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20%를 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5% 이상 떨어진 것도 주가 폭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은 “이날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의 절반이 삼성전자”라며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전체 주가가 짓눌리고 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장세=전문가들은 당분간 관망하며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당분간 국내 증시는 매일매일 새로운 변수로 출렁이는 시장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증시의 방향성이 분명해질 때까지 투자 시기를 늦추라”고 충고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최근 외국인의 매매 동향을 볼 때 한국을 포함한 발전도상국(이머징마켓)의 투자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커 중기적으로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라며 보수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굿모닝신한증권 홍성태 투자분석부장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주가는 710∼72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며 싼 맛에 투자하는 저가매수는 당분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