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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연금, 확 뜯어고쳐야한다

입력 | 2004-06-03 18:36:00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강제징수 완화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을 둘러싼 격렬한 불만을 풀어주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해 국민들의 저항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국민들의 이해부족 때문이 아니라 제도 자체의 모순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타고 퍼진 ‘국민연금의 비밀’에서 가장 공분을 일으킨 대목은 병급 조정(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 한 가지만 받는 것)이었다. 대상자에게는 절실한 문제임에도 정부는 지금껏 이런 조항이 있다는 것조차 명확히 알리지 않은 채 국민연금에만 가입하면 노후걱정은 안 해도 될 것처럼 선전해왔다.

정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이 같은 제도적 맹점을 감추고 보험료 징수에만 급급해온 것에 대해 사과하는 데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제도 자체를 수술하지 않고 ‘보험료 낼 형편이 안 된다면 안 받고 덜 받겠다’는 식의 땜질처방만 내놓아서야 불신과 불만을 가라앉힐 수는 없다.

이번에 발표된 개선책에는 불합리한 보험료 부과 및 연금수급의 개선, 방만한 연금관리공단 운영합리화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정부는 제도개선협의회를 두고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아 믿기 어렵다. 지난해 말에도 국민연금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으나 ‘표심’을 의식해 이를 반대하거나 미룬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노령화사회의 최후 안전망이랄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 국민들 사이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저소득층에 대한 기초연금제도를 만들고, 국민세금으로 보조하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과의 현격한 차이를 조정하는 등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17대 국회는 연금법개정을 우선적으로 처리해 가입자의 불만을 줄이고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