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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原電 안전한가…주민들 “왠지 불안”

입력 | 2004-06-03 18:56:00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북 울진군 인근에서 최근 지진이 네 차례나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일어난 지진은 리히터 규모 5.2의 강진으로 1978년 국내에서 지진에 대한 계기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인 속리산 지진과 같은 규모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같은 대형 사고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 여부와 개선 방안을 살펴본다.》

▽불붙은 ‘원전 안전성’ 논란=울진지역 주민들의 모임인 ‘울진반핵연대’는 1일 성명을 통해 “지진대 위에 건설한 울진 핵발전소 가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울진반핵연대는 “정부와 원전 관리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진 안전지대임을 전제로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해 왔다”며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지진 대비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울진 원전이 지진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은 숱하게 있었지만 최근 이 같은 논란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의 지진 발생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 원전의 내진(耐震)설계에 대한 의구심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1∼90년 한국에서 계측된 지진은 연평균 15.6회. 하지만 2002년에는 3배 이상인 49회로 급증했고 올해도 5월 말 현재 23회에 이른다.

지진연구센터 신진수 연구위원은 “계측장비의 성능이 개선돼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원전 근처인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 대구를 거쳐 충남 홍성군으로 이어지는 벨트에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남 김해시에서 경북 영덕군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이 울진 원전 인근을 지나고 있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한수원 “진도 6.5에도 안전”=이에 대해 한수원은 진도 6.5의 지진이 원자로 바로 밑에서 발생해도 안전하게끔 원전이 설계됐다고 반박한다.

또 미국 연방법에 따른 부지 선정과 지진 발생 가능성 검측, 안전 설비 구축 등으로 웬만큼 큰 지진이 발생해도 방사능 유출 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수원 사업관리처 김태균 과장은 “울진 원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1만년에 한번꼴”이라며 “전 세계 430여개 원전 가운데 지진으로 문제가 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진 다발지역인 일본이나 미국 서부에서도 원전 피해는 없다는 것.

그는 또 “울진 원전의 격납건물 외벽의 폭이 1.2m에 이르고 지름 3cm 이상의 철근을 사용하는 데다 강선(鋼線)을 그물처럼 엮어 놓았기 때문에 미사일로 공격해도 파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울진 원전이 이번 지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원전에 설치된 지진계측기는 지진의 세기가 0.02g(지진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 이상일 때부터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지만 이번에 전달된 지진은 이보다 약해 작동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방재시스템 강화해야=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지주민과 전문가들은 지진에 대비한 방재(防災)시스템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울진핵폐기장 반대투쟁 위원회 장시원 미디어팀장은 “식구가 10명인 집에도 방독면을 2개만 주는 등 방재 대비책이 너무 소홀하다”며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훈련도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관련 기관에 대한 신뢰”라며 “원전 사고가 나면 이를 감추다가 나중에 밝히는 행태는 고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측은 “방재훈련은 3년에 한 번씩 하고 있으며 원전 사고 공표 시기는 사안에 따라 24시간 이후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