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외국에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다쳐 지체장애인이 된 30대 후반의 주부다. 이전까지 내게 비친 ‘장애인’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었고,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성 장애’도 남들만의 불행이었다. 하지만 내가 장애인이 되면서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고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가 없으면 장애인은 영원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귀국한 뒤 한국 생활에 많이 적응했지만 장을 볼 때는 여전히 힘들다. 혼자 나들이할 수 없기 때문에 주말에 남편과 일산 시내의 월마트나 까르푸, 롯데백화점 등 대형 매장을 찾아 쇼핑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이자 생활의 기쁨이다. 휠체어를 타고가면 좋겠지만 자동차에 싣고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로 지팡이를 짚고 간다. 남편은 물건을 카트에 담으랴,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돌보랴 정신이 없다. 이럴 때마다 매장에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를 비치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한 매장에서 다른 사람이 미는 카트에 부딪혀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 너무 놀라 그 회사에 카트 사용 시 조심해달라는 계도 방송과 함께 매장 내에 휠체어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다른 매장에도 같은 건의를 했지만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고양시만 해도 지난해 등록된 장애인이 전체 인구 82만명 중 2.1%인 1만7752명이나 되고 이 중 20% 정도는 휠체어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하루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매장이 장애인을 위해 불과 수십만원의 예산을 책정할 수 없다니 이해가 안 된다. 외국처럼 매장이 먼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는 않는다 해도 휠체어를 비치해달라는 요구를 접했으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을 배려하지는 못할망정 무시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황혜경 경기 고양시 일산구 성석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