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3일 전격 사임한 데 이어 첩보원 관리를 담당했던 제임스 패빗 작전담당 부국장도 사임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테닛 국장의 사임은 3년 반 동안 막강한 팀워크를 유지해 온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 안보팀이 해체되기 시작하는 신호탄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은 테닛 국장 사임을 계기로 CIA를 비롯한 정보기관을 21세기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개혁 방안을 놓고 논란도 예상된다.
테닛 국장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지만, 뉴욕 타임스는 “상원 정보위원회가 이달 중 공개할 CIA의 정보 수집 및 분석 실패에 관한 400쪽짜리 보고서가 그의 사임을 재촉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본 관리들은 “보고서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지적들이 있다”면서 “그것들은 진짜 실수이고 임무태만”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다음달 나올 예정인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도 테닛 국장과 CIA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IA 내부 조사팀을 이끌어 온 리처드 커 전 CIA 부국장은 “상원 보고서와 9·11 보고서는 테닛 국장을 심하게 비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제한 뒤 “그는 지금 떠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테닛 국장이 1997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임명됐는데도 부시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 왔고 이례적으로 테러와의 전쟁 중에 사임한 것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희생양’을 요구하는 백악관의 은밀한 압력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행정부 고위관리는 “아무도 떠나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냥 있으라고 한 사람도 없다”는 말로 백악관이 사실상 테닛 국장의 사임을 원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테닛 국장은 7월 중순 정식으로 사임할 예정이지만 대선 때까지는 의회 인준 등을 고려해 후임자를 결정하지 않고 존 매클롤린 부국장이 국장직을 대행하게 된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