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전경련회장은 평소 소식과 붉은 포도주를 즐긴다. 강 회장이 식사를 하면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김동주기자 zoo@donga.com
《한국 재계의 총본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강신호 회장(77·동아제약 회장). 경제인들은 강 회장 하면 ‘박카스 신화’를 떠 올린다. 강 회장이 직접 브랜드를 만든 데다 국민 인지도와 사용경험 조사에서 늘 100% 가까운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사실 의사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 독일에서 의학박사 학위까지 땄다. 팔순에 가까운 나이지만 늘 건강한 모습이다. 한국경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강 회장을 만났다.》
○적게 먹고 와인 곁들여
토스트 2쪽 또는 인절미 3개, 주스 1잔…. 강 회장의 아침 식단이다. 소식(小食)이다.
강 회장은 짜고 매운 것만 빼면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늘 80% 정도만 먹는다. 농부에게 미안하고 음식쓰레기가 공해가 되는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단다.
“주문할 때 적게 달라는데도 양이 그대로 다 나와요. 이상해. 많이 달라면 많이 주는데 적게 달라면 그게 안 되니….”
강 회장은 요즘 술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젊었을 때는 주변에서 “술을 사주고 싶어도 돈이 많이 들어 안 되겠다”고 할 정도로 알아주는 ‘술꾼’이었다. 1950년대에는 주로 청주를 마셨는데 앉으면 1L 들이 2병은 금세 비웠단다. 지금껏 필름 한번 끊겨본 적이 없단다.
○아침 식사는 꼭!
강 회장은 나이가 들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을 비만으로 꼽았다. 신진대사가 왕성하지 못해 칼로리가 몸 안에 쌓이기 때문이다. 복부비만으로 연결돼 심장과 혈관, 관절에 부담을 준단다.
비만을 막으려면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먹을 것을 강 회장은 권했다. 또 아침은 절대 거르지 말란다.
“저녁식사를 9시에 했다고 칩시다. 아침을 거르고 낮 12시경에 밥을 먹겠죠. 총 17시간의 공백이 생겼죠? 몸은 어떻게 될까요? 혈당량은 떨어지고 어지럼증과 피로가 몰려옵니다. 결국 폭식을 하는 악순환이 됩니다.”
강 회장은 총 식사량을 100으로 칠 때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황금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저녁식사가 과잉인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강 회장은 가능하면 저녁식사를 일찍 끝내고 늦어도 오후 11시까지는 속을 비운 뒤 잠을 청하란다. 사무직이라면 비율을 20대 40대 40으로 바꾸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즐거워야 노화 막는다.
강 회장은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다만 매주 1, 2회 골프를 한다. 그러나 스코어에는 관심이 없다. 경치 구경이나 하고 가볍게 채를 휘두르면서 스트레스를 푼단다.
골프 습관에서 알 수 있듯이 강 회장은 즐겁게 살면 건강하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일을 즐겁게 하란다. 그러나 무작정 풀어지면 안 된다. 강 회장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미래의 일을 미리 계획하면 스트레스는 줄고 팽팽한 일의 재미가 느껴집니다. 계획한 일을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줄 아세요? 저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후의 일까지 미리 수첩에 기록해 둡니다.”
강 회장은 또 다른 사람을 배려할 때 즐겁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였다. 선친이 ‘사람들과 만나면 저녁 값은 반드시 네가 내라’고 했단다. 자라면서 그 뜻을 알게 됐다.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얘기였다.
강 회장은 늘 자신을 낮춘다. 약속 시간에 늦는 법도 없다. 다른 사람이 부담을 느낄 말은 아예 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은 최소한으로, 그러나 능력은 무제한으로 쓰세요. 결코 무례한 게 아닙니다. 대신 상대방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말을 많이 해 주세요. 그럼 서로 즐거워집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포도주, 체내 독소 없애고 동맥경화 예방▼
현대인의 식사는 과잉이 오히려 문제다. 그러나 매일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식사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민영일 교수는 “처음부터 먹을 양만 덜어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게 힘들다면 강신호 전경련 회장의 ‘80%만 먹기’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민 교수는 “조금 모자란 듯하게 먹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포도주를 곁들이는 것은 어떤 건강효과가 있을까. 포도주는 1990년대 초반 프랑스인이 고지방 식사를 하는데도 미국인보다 심혈관계 환자의 비율이 낮다는,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가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포도주의 항산화 효과도 여러 차례 증명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최기준 교수는 “포도주에 많이 함유돼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란 성분이 몸 안의 독소 성분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이 성분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의 수치를 올려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기능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폭음은 좋지 않다. 연구 결과 매일 1∼3잔의 포도주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간 질환자는 1, 2잔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게 좋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