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에너지 수요로 인해 머지않아 가격 급등은 물론 국가간 충돌까지 생기는 총체적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석유를 둘러싸고 갈등하면서 국제정치의 위기로 발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6일 ‘중국발(發) 에너지 위기 가능성과 에너지 안전 보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유가 급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수입 급증이라며 올해가 중국발 에너지 위기론이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급증하는 중국 석유 수요=중국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1993년부터 원유 순수입국이 됐다.
1999년 60만배럴 수준이던 하루 원유 수입량은 2002년 140만배럴, 2003년 187만배럴로 4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칭(大慶)유전 등 3대 유전은 생산이 한계에 직면해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지자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석유시장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최고 지도자와 군부까지 나서 해외유전 개발권 획득, 안정적인 석유 및 가스 공급처 확보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올해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하며 석유 가스분야 상호협력을 강화했다. 장쩌민 전 주석은 카스피해 연안국과 러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 주요 산유국을 방문해 에너지 관련 협정 체결을 제의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는 세계 도처에서 유전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발 석유 위기=미국은 석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이 석유 공급 또는 유전개발권 확보의 반대급부로 중동 산유국에 미사일, 핵 관련 기술 등을 팔거나 정치적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이라크와 카스피해 지역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에너지 자원을 지렛대로 삼아 견제할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했을 경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하거나 중국이 석유 해상수송로를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미 7함대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북아 전체에 석유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해상유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영토 분쟁이 생기고 석유 해상수송로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1, 2차 오일쇼크를 경험하지 못한 중국은 3차 오일쇼크가 생기면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세계 경제의 혼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의 대비 방안=한국은 해외유전 개발에 적극 나서 석유자급률을 높이고 중동지역에 대한 석유 수입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지적했다.
특히 작년부터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한 러시아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또 에너지 확보를 위한 중국 일본 한국의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북아 에너지 안전보장을 위한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