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위한 조건
1일부터 경찰이 교차로와 횡단보도의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차량을 집중단속하고 있다.
단속 첫날에는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는 운전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운전자는 정지선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정차하고 있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자신의 승용차 앞 범퍼의 위치를 확인하고 후진하는 운전자도 종종 눈에 띈다.
사문화됐던 법규가 경찰의 ‘의지’에 따라 되살아났다. 힘을 얻은 경찰은 법을 지키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는 끼어들기 위반 단속에도 나섰다.
특파원 시절 독일에서 횡단보도 정지선을 침범하는 차량을 본 적이 없다. 독일인이 규칙을 잘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기초교육을 받은 이유만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보도(步道)를 포함한 도로의 우선순위가 선인후차(先人後車)다.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거의 자동차 책임이다. 또 교통신호등은 횡단보도 위나 옆에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신호를 보려면 횡단보도 뒤에 무조건 정차해야 한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행동에 나선다면 한국에도 ‘사람 우선 교통문화’가 정착되고 땅에 떨어진 공권력의 권위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이처럼 국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 경제 부문에서는 안 될까.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요즘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수출과 내수는 따로 움직인다.
10여년 전만 해도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서 과잉이 우려됐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를 독려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취임 이후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기업인이 새 상품과 시장을 개발하고 생산과 경영방식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대표하는 기업가는 반도체 강국의 토대를 닦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 조선과 자동차산업을 일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포항제철을 일으킨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등이다.
국가발전의 엔진은 기업이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업인이 권력의 눈치 안 보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과 GE 잭 웰치 전 회장 등은 말 대신 결과로 능력을 입증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인은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권력 앞에서 투자 고용 수출 등에 대한 계획만 내놓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
정지선 지키기 사례처럼 정부도 경제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내놓고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이 동참하지 않으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도, 선진국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